[경기인터뷰] 이홍연 수원구치소장
김장나눔·소외층 지원 등 사회공헌 온힘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범죄 감소는 물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월 제27대 수원구치소장으로 취임한 이홍연 수원구치소장은 1992년 7급 공채로 교정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충주구치소장, 서울지방교정청 보안과장, 법무부 교정본부 복지과장, 부산교도소장 등 법무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교정 행정 전문가다. 특히 이 구치소장은 평소 주민들에게 교정시설이 갖는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교정교화를 통한 사회적 범죄 예방 효과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등 교정시설이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시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곳, 수원구치소를 찾아 이 구치소장을 만나봤다.
Q 지난 1월 취임했는데, 수원구치소에 대한 생각과 현재까지의 변화가 있다면
A 부임 100일이 조금 지났는데, 갑작스러운 큰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가장 기본적이고 꼭 챙겨야 하는 업무 위주로 하나씩 개선·보완하고 있다. 수원구치소는 고층형으로 다수 인원이 수용된 시설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부임과 동시에 관할 소방서와 합동으로 시설 특성에 맞는 화재 및 각종 재난 대비 계획을 수립했고, 시설의 하자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설 개·보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수용질서의 확립’에 초점을 맞춰 엄정하면서 따뜻한 수용자 관리 및 처우를 통한 재범방지를 위해 최대한의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세 번째로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를 위해 봉사·기부·교정시설 개방 등을 확대하고, 교정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학교·단체·기관 등의 시설 참관 등도 확대하고 있다.
수원구치소가 준공된 지 27년 정도 됐는데, 지역사회 내에서 일정 부문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일부 불편함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원구치소가 형사사법시설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넘어 지역사회에 큰 보탬이 되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앞으로도 수원구치소는 모든 직원과 지역사회의 유대를 바탕으로 시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꾸준히 변화를 모색하겠다.
Q 30년 넘게 교정시설에 몸담고 있는데, 가장 크게 변한 점과 더욱 변화해야 할 부분은
A 교정시설의 양적 증가나 고층형 수용시설 건축 등의 변화는 있었지만, 눈에 띄는 외적 변화는 크지 않다. 30년 전의 과밀수용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물론 내적으로 여러 가지 권리구제 수단이나 수용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한 교정행정의 공정성·투명성 측면에서는 객관적으로 매우 향상됐다. 의식주 등 기본 처우 향상은 물론 접견교통권, 정보이용권, 통신·집필 등 기본권 보장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수용자 현황도 3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는데 여성·외국인·노인수용자는 계속 증가 추세이고, 소년 수용자는 다소 감소했다. 이는 사회·인구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마약 관련 범죄와 신종경제범죄로 인한 수용자, 그리고 정신질환 관련 수용자는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교정은 수많은 문제점과 과제를 안고 현안 타개와 더불어 교정행정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달라진 수용자 인적 구성에 따른 처우 방식의 변화는 물론 정신질환·마약·알코올 등 중독 수용자들의 재활과 전문적 치료에 대한 고민과 함께, 교정교화와 재범방지를 위한 다양한 영역의 학문들과 인공지능(AI) 등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결합을 통한 융합적 접근으로 급변하는 수용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과감히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미래 교정을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본다.
Q 교정행정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교정행정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면
A 처음부터 교정공무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입직한 것은 아니다. 첫 직장이자 첫 배역인 교정공무원이 평생직장이 됐는데 어느 순간 ‘어둡고 그늘진 이곳에 작은 희망이 되고, 도움이 되자’는 사명감이 생겼다. 아마 수용자에 대한 측은지심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교정공무원은 인내와 헌신, 사명감이 없으면 공무수행이 어려운 직업이지만 한 사람의 심성을 바로잡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켜 얻어지는 이익과 보람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숭고하고 고귀하다. 교정(矯正)의 교(矯)는 ‘휘어진 화살을 바로잡아 다시 사용한다’는 의미다. 교정시설에 갇혀 있는 수용자도 우리와 다른 인간이 아니라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와 우리와 함께하는 이웃이다. 이들이 사회에 돌아와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교정교화하는 것이 교정공무원의 역할이자 책임이며 지역사회, 모든 직역, 국민 여러분과 함께할 때 더 밝고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수원구치소는 대표적 도심형 구치소인데, 대외적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다면
A 고층형 교정시설인 수원구치소는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교정시설의 일정공간(체육시설, 직장 어린이집, 민원인 주차장 등)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주민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100여명의 수원구치소 교정위원들이 수용자 교정교화 활동으로 지역사회 내 범죄예방과 수용자들의 재범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교정행정의 투명성 제고 및 홍보를 위해 기관·단체·학생 등의 시설 참관, 직업설명회, 준법교실 운영 등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회공헌을 위해 부서별로 지역사회 내 차상위 계층의 가정 또는 사회복지시설에 후원금품을 지원하는 ‘사랑의 손잡기 운동’을 수년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 13개 가정과 복지시설에 매월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또 아동복지시설, 노인·장애복지시설, 미혼모 보호시설 등의 사회복지시설과 결연을 맺고 명절 및 연말연시에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직원들이 직접 김장을 담가 수용자의 구속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수용자 가정을 선정해 김치를 지원하는 ’사랑의 김장 나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Q 수원구치소장으로서의 목표와 주민,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수원구치소는 지역주민과의 융화와 협력으로 지역 내 범죄 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등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해 교정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보다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아울러 교정공무원의 자긍심 고취와 전문성 강화, 복지 향상 등을 통해 수용자의 교정교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수용질서 확립은 물론, 국민이 신뢰하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모든 생명체가 양지에서만 자라나야 하는 것 같아도 음지에서도 자라나는 생명체들이 있다. 그들은 미미한 햇볕과 수분으로 희망의 싹을 틔우고, 마침내 나름대로 아름다운 생명의 꽃을 피운다. 소외되고 어두운 교도소·구치소라는 곳에서 누군가에게 햇볕이, 토양이, 수분이 돼 오늘도 희생하고 봉사하는 모든 교정공무원, 특히 수원구치소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여러분이 감당하고 있기에 더욱 잘해내고 있다고.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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