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들이 나의 장애 알고 배려해…매일 선물 받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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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선생님이 기다려줄테니 써 봐." 12일 인천 계양구의 특수학교 인천인혜학교 초등 3학년 1반 교실.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 5명은 조용히 선생님을 지켜보다, 한 명씩 칠판 앞으로 나가 숫자를 따라 적었다 그런데 박연우 군(9·가명)이 '5'를 계속 '2'로 잘못 썼다.
● 장애인 교사와 학생의 하모니 전남 곡성군 출신인 이 씨는 대학에서 초등특수교육학을 전공한 후 2019년 이 학교 교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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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선생님이 기다려줄테니 써 봐.”
12일 인천 계양구의 특수학교 인천인혜학교 초등 3학년 1반 교실.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를 지닌 담임 이샛별 씨가 먼저 흔들리는 손으로 전자칠판에 숫자를 써내려갔다.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 5명은 조용히 선생님을 지켜보다, 한 명씩 칠판 앞으로 나가 숫자를 따라 적었다
그런데 박연우 군(9·가명)이 ‘5’를 계속 ‘2’로 잘못 썼다. 이 씨는 시선을 맞춘 채 느리지만 차분한 말투로 “자, 2랑 비슷하게 생긴 5, 우리 배웠지”라며 격려했다. 박 군은 결국 2분 가량 걸려 숫자 5를 정확하게 썼고, 다른 학생들은 박수로 격려했다.
이 씨는 1992년 문을 연 이 학교의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교사다. 이 씨는 “아이들은 저의 장애 사실을 알고 배려해 준다. 저 역시 아이들을 배려해 준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면 매일 스승의 날 선물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장애인 교사와 학생의 하모니
전남 곡성군 출신인 이 씨는 대학에서 초등특수교육학을 전공한 후 2019년 이 학교 교사가 됐다. 처음에는 교과 전담교사로 미술, 과학, 사회, 음악 등을 가르쳤다. 하지만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자원해 지난해부터 학급 담임을 맡고 있다.
특수학교에서도 장애인 교사는 드물다. 특히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생활습관 지도 등을 해야 하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들이 비장애인 교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씨는 “교사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며 “특수학교 교사의 경우 당사자로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매일 점심시간 아이들에게 직접 밥을 먹이고 양치까지 시키며 아이들의 일상을 돕는다. 이 학교의 강민경 교장은 “이 선생님이 워낙 아이들을 살뜰히 챙겨 아이들이 믿고 따르기로 교내에서 유명하다. 학부모들의 신뢰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이날 수학 수업이 끝나고 체육 전담교사 수업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이 씨와 떨어지지 않겠다며 손이나 옷을 잡았다. 이 씨 반 학생 중 유일하게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김석민 군(가명·9)은 “좋아하는 캐릭터 ‘샌즈’ 다음으로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했다. 기자가 ‘선생님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김 군은 자신의 심장을 여러 차례 가리키며 “이 거랑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 장애인 교사는 전체의 1% 미만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은 정원의 3.6%를 장애인으로 채워야 한다. 여기에는 학교도 포함되는데 실제로는 장애인 교사 비율이 미미한 실정이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국의 국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근무 중인 장애인 교원 수는 4843명으로 전체 교원 50만859명의 0.97%에 불과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 교사가 특수학교 학생을 가르칠 때 장애 당사자로서 아이들을 잘 이해한다는 교육적 장점이 있다“며 ”아직 사회적 편견은 있지만 교사로서의 능력이 장애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인천=최원영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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