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호법 거부권 공식 건의"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여당의 건의를 수용할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15일 간호법 제정안이 관련 직역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매듭을 지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 건을 심의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유기적인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은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의료체계에서 '간호'만 분리 시 보건의료인 간 신뢰·협업 저해 △의료-간호 분리 국가 사례가 없음 △간호조무사 학력 차별 △약 400만명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일자리 상실 우려 △입법 없이도 간호사 처우개선 가능 등 5가지에 당정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당정은 특히 "외국은 모두 의료-간호 단일체"라며 단독법 제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 이하로 제한한 것을 신(新)카스트 제도에 빗대며 "간호사만을 위한 이기주의법으로 다른 직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이며 국민의 직업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간호법안은 돌봄이 (의료기관·요양기관을 배제한) 간호사만의 영역인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며 "국민·현장·전문가 의견을 들어 우리나라에 맞는 돌봄체계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간호사 처우개선의 경우 입법 없이 가능하다며 "지난 4월25일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을 만나, 대한간호협회의 반발 등에 관해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해 저희들이 적극 진행해 나갈 것이고 그 진정성을 알아주면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거부권 행사와 별개로 입법 합의 노력을 할지에 대해선 "원내대표께서 문을 열고 민주당과 추후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민주당에 간호법 관련 4가지(간호사법으로 명칭 변경, 지역사회·의료기관 문구 삭제,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 폐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내용 의료법 존치)를 수정한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대한간호협회 등에선 원안 수정을 거부해 여야 협상은 평행선만 달려왔다.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뒤, 이달 4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이 법률안을 공포하지 않고 재의요구하려면 이송일로부터 15일(이달 19일) 이내 결정해야 한다.
한편 고위당정에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전강화 및 음주운전 근절대책도 논의됐다. 당정은 어린이 안심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스쿨존 기·종점 노면표시와 노란색 횡단보도 도입 △안전 취약구간 중심 무인 단속장비 확충 △방호울타리 설치 법제화 및 설치 유도 △보호구역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및 연 1회 정기 실태조사 등을 추진한다.
음주운전 근절대책의 경우 △올해 5월31일까지 특별단속기간 운영 △상습·악성 위반자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인 '차량 압수' 조치 및 음주운전 방조행위 적극 처벌 △음주운전방지장치 도입을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 △음주운전 근절 분위기 조성을 위한 운전자 교육강화를 추진했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15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된다.
이날 협의회엔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당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등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등이 자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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