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 봉사하고 한국문화도 알려요"…'신뢰 쌓은 민간외교' 중국 한인 산악회
[산악회원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약 250km 거리에 있는 계침산 앞 공터.
동그랗게 모여선 이들이 구호에 맞춰 몸풀기 체조에 한창입니다.
함께 등반에 나선 한인 산악회 회원들입니다.
[최철호 / 산악대장 : 중간에 적절한 데 가서 식사하고, 쉬고 올라갑니다. 저녁은 닭백숙 네 마리 준비해놨고요.]
초입의 오솔길을 지나자 산 중턱부터는 울창한 대나무 숲길이 펼쳐집니다.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대나무 터널은 이 산을 올라본 이들이 입을 모아 손꼽는 절경인데요.
영화 속 배경을 연상케 하는 멋진 풍광은 높이 1,175m, 가파른 산행의 피곤을 잊게 합니다.
[산악회원 : 아리아리! 토마스 파이팅! 지성재 파이팅!]
2006년 동포들의 친목 모임으로 출발한 이 산악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등반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광둥성 지역 우리 동포들은 물론 한-중 다문화 가정을 주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태환 / 중국 선전 :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 들어왔는데 들어와서 활동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너무 잘해주고 그리고 선전 주변에 아름다운 산이 많아서 정말 즐겁더라고요.]
이 한인 단체는 특히, 친목 차원의 산행을 넘어 현지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매년 열 차례 이상, 집에서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챙겨와 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산길 곳곳을 둘러보며 꼼꼼히 줍다 보니, 담뱃갑부터 각종 페트병, 비닐류 등 다양한 폐기물로 수거 봉투가 금세 가득 찹니다.
이처럼 등산도 하며 자연환경도 지키는 '친환경' 등산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중국인 회원도 여럿입니다.
[리잔 / 중국 선전 : 등산과 자연보호 활동에 참가해서 정말 즐겁습니다.]
[토마스 / 중국 동관 : 신체를 단련할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도 깨끗이 하니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산악회는 또, 중국 내 한인들의 모임으로써, 해마다 봄철이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정기 행사도 열고 있는데요.
점점 늘어나는 한-중 다문화 가정을 위해, 이번엔 한국식 매실청을 담그는 체험 학습도 준비했습니다.
주변의 매실 농가는 매출을 올려 좋고, 중국에서 자라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은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내고 있죠.
[현라온 / 중국 선전 : 매실 담그는 거 처음 해봐요. 정말 신기해요.]
[현인배 / 중국 선전 : 한-중 가족단위 행사가 자주 있지 않은데 코로나 이후에 첫 행사로 매실청 담그기 행사가 있어서 뜻을 같이하게 됐습니다.]
특히, 올해는 회원들이 등반한 산 근처의 농장에서 농부들과 함께 손수 딴 매실을 활용했습니다.
[지성재 / 중국 선전 : 중국 사회의 많은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현지 사회에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큰 모임은 아니지만, 어느덧 18년째, 동포들과 중국인 간 거리를 좁히고 동포 사회가 교류하는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인 산악회.
안으로는 한인들이 더욱 똘똘 뭉치고, 밖으로는 중국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민간 외교를 펼치고 싶다는데요.
[이미자 / 선전 산악회장 : 대단한 집단은 아니지만 선전에 있는 동포들과 더불어 중국,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됐으면 합니다.]
부침을 거듭하는 한-중 관계가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길 기원하면서, 함께 땀 흘리며 앞으로도 계속 소통과 우정을 쌓아갈 계획입니다.
[산악회원 : 힘내라 선전 산악회! 힘내라 선전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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