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위로해준 문학 나누고 싶어요"…파독 간호사 출신 문인의 글쓰기 열정
한데 모여앉은 한인들이 우리말로 된 시를 낭독합니다.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내일의 희망을 갖고 살아가자."
독일 함부르크에서 아름다운 시 문학을 함께 즐기고 나눠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입니다.
낭독회에 모인 함부르크 한인 문인회 회원들과 이웃 한인들은 이 자리가 반갑기만 합니다.
[최용숙 / 독일 함부르크 : 갑자기 시 낭독을 하라니까 굉장히 좀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평소에 읽는 것보단 천천히 읽으면서 제목이 맑은 마음이었는데 정말 이 시를 쓰신 정안야 시인님께서 연세가 여든이 넘으셔도 마음은 어린아이 같은, 소녀 마음, 글을 참 자연스럽게 아주 부드럽게 낭만적으로 쓰신 게 참 좋았고요.]
이 자리를 마련한 건 파독 간호사 출신 문인 정명옥 씨입니다.
필명 정안야로 활동하는 정명옥 씨는 한동안 함부르크 문인회 회장을 맡다가 이제는 고문 자격으로 이웃 한인들이 우리말 문학 작품을 즐기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진호 / 파독 광부 출신 문인회 회원 : 정명옥 고문님은 함부르크 문인회뿐만 아니라 전 독일의 문인회를 위해 활동을 많이 하시고 정명옥 씨 작품을 읽을 때 뜻이 굉장히 깊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점도 있고 감격받는 일도 있고 또 배울 점도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글을 쓰셔서 많은 분이 존경받는 걸로 생각하고….]
정 씨는 독일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양호교사로 8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가세가 기울면서 파독 간호사의 길을 택하게 됐는데요.
자녀 둘을 놔두고 홀로 떠나야만 했던 한국.
고된 업무 강도에 지칠 때면, 밀려오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정명옥 / 파독 간호사 출신 시인 : 주로 병원에서 연세가 드신 분이 돼서 정말 100kg에 가까운 그 체중에 그분들을 정말 씻기고 침대도 갈아주고 할 땐 연약한 몸으로서는 너무 힘들었고 첫째는 독일어를 잘 모르니까 그것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말할 수 없이 고국이 그리운 건 어디 형용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 눈물로써 고국을 그렸어요. 그 당시를 회상한다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너무나 힘들었어요.]
귓가에는 아이들이 우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을 정도였다니, 사무치는 그리움이 오죽했을까요.
그렇게 정 씨가 힘들 때마다 의지했던 건, 바로 문학이었습니다.
쉴 틈이 생기면 그저 한 구절씩 기록했던 소회가 어느덧 시가 되고 수필이 됐던 겁니다.
[정명옥 / 파독 간호사 출신 시인 " 문학에 꿈을 갖게 된 것은, 처음에 꿈을 가지진 않았는데 여기 와서 너무나 고되게 일하고 또 고향이 그립고 가정이 그립고 그럴 때는 모든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때 일이 글로써 이렇게 써두었어요. 그때 그 당시의 심정을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 쓰게 되면서 매번 그게 습관화가 됐죠.]
이역만리 타국에서 누군가에게 도움받을 길도 없이 혼자서 책을 읽으며 문인의 길을 터득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진솔한 생각을 글에 담다 보니, 한국의 한 문학상에서 신인상을 받고 문인으로 정식 등단하게 됐다는데요.
[정명옥 / 파독 간호사 출신 시인 : 혼자서 터득하면서 글 쓰고 이렇게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좀 칭찬을 듣고 이러니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하니까 재미가 솔솔 붙어요. 그래서 한국 가서 신인상에 도전해보니까 또 신인상도 받게 되고….]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노년이 된 파독 간호사 출신 문인,
정명옥 씨는 지난 힘든 세월을 글로 위로받은 만큼 주변에도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데요.
[이양환 / 독일 함부르크 : 오래전에 간호사로 이곳에 오셔서 우여곡절을 겪으시며 세월을 사셨는데 모두가 그 세월을 겪었다고 해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기록하신 그 시절의 이야기가 하나의 기록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시기도 좋은 기록문학으로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생애 새로운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정 씨는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쉬었던 글쓰기를 요즘 다시 붙들어 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진솔한 생각과 마음으로 품고 그 마음을 글에 담다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으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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