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센트] 여성 법조인 '진입' 늘었지만…'천장'은 높았다
통계로 말하는 뉴스, 퍼센트 시간입니다. '로스쿨' 역사상 올해 처음으로 여성 입학생이 남성보다 많았습니다. 사실 이미 14년 전, 신임 검사 가운데 여성이 절반을 넘겼고 이 수치는 지난해도 40%를 넘으며 비슷하게 유지 중인데요. 그런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내세웠던 개선 의지에 비해 더딘 변화와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인한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안지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이른바 '법조계 유리천장' 관련해 저희가 주목한 퍼센트는 52.4%입니다.
올해 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여성'의 비율입니다.
처음으로 남성보다 많았는데요.
이뿐 아니라, 지난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의 44.4%, 신임 검사 가운데도 40.6%가 바로 '여성'이었습니다.
실제로 법조계의 여성 약진은 꽤 오래된 흐름인데요.
이미 14년 전인 2009년 신임 검사 중에 51.8%, 과반이 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관리직 보직의 여성 법조인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3년 전, 검찰 스스로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남준/당시 법무검찰개혁위원장 (2020년 9월 21일) : 검찰 조직 내 유리 천장 및 유리 장벽을 해소하고 여성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성 평등 검사 인사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그러나 지난해 여성 차장검사와 검사장급은 각각 7.6%, 9.3%로, 당시 내세웠던 2022년 정부 목표치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변호사 업계도 다르지 않았는데요.
매출액 기준, 10대 로펌을 조사한 결과, 임원급을 말하는 지분이 있는 파트너 변호사, 이른바 EP 변호사의 여성 비율은 단 한 곳을 빼고는 모두 10%대에 불과했습니다.
2개 로펌은 영업 비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임신과 육아'를 이유로, 여성 법조인들이 경쟁에서 아예 이탈하거나, 애초 경쟁적이지 않은 곳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옵니다.
[공다은/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생 : 임신과 출산을 '꼭 하고 싶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임신과 출산이 이뤄지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경력 단절이 있을 수밖에 없겠고… 아예 그런 문제들 때문에 출산이나 양육 생각이 없다는 동기도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형 로펌 기준, 대표 변호사인 여성은 단 2명뿐입니다.
[이영희/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 제가 결혼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저한테는 아이를 양육할 시간을 전부 다 일에 쏟았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그랬지만 육아 문제로 중간에 정말 아까운 인재들이 많이 나갔습니다.]
또 애초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에 '5년'이란 제한을 둔 것도 임신 여성들에게 차별이란 지적입니다.
[박은선/변호사 : (제가 맡은 사건의 원고는) 로스쿨 졸업하고 나서 바로 임신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이제 5년 동안 시험을 두 번밖에 못 보셨어요. 출산일과 시험 기간이 겹치는 거예요. (5년 제한은) 아예 법으로 금지한 거잖아요. 그러니깐 관행을 넘어서 법으로 차별하는 건 명백한 문제…]
현재 예외 적용을 받는 건 군입대가 전부입니다.
[권혜원/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 : 남성(변호사)들한테 물어보면 본인들은 당연히 다 파트너 변호사를 커리어 루트로 설정하고 간다는 거죠. (그러나) 가사나 또 육아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여성한테 편중된 역할이나 책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변호사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냐라고 했을 때는 지레 포기를 하게…]
때문에 관리직의 성 다양성이 제도적으로 좀 더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저희가 만난 여성 법조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일과 가정을 모두 잘 해낸 여성 법조인 선배를 찾기 힘들다'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출산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경쟁 자체를 포기하는 게 아니었을까요?
지금까지 퍼센트의 안지현이었습니다.
(작가 : 최지혜 / 영상디자인 : 최수진 조승우 / 인턴기자 : 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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