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尹정부 1년, 과학기술정책 속도 더 높여야
새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코로나19도 사실상 종식됐고, 과학기술이 경제는 물론이고 외교와 안보의 중심이 되는 기술패권 시대가 도래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생성형 AI인 챗GPT가 우리 일상생활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빠른 변화 속에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력이 되는 기술패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반도체, AI, 양자, 수소 등 12대 국가전략기술과 50대 세부 중점기술을 선정하여 전략적 집중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첨단 바이오 파운드리 제조, 차세대 전지, 디스플레이, 미래첨단소재, 혁신형 소형원전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고성능·저전력 국산 AI반도체 기반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에 착수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산 초거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적용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작년 6월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작년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에 성공해 본격적인 글로벌 우주 경쟁에 합류했다. 디지털 기술이 자유,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실현에 기여해야 한다는 뉴욕 구상, 한-유럽연합(EU) 디지털 파트너쉽 체결 등을 통해 우리의 강점인 ICT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한 바 있다.
이 같은 성과들은 그간 높아진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전환적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종식, 미국과 중국 경제의 디커플링,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 격변하는 환경은 '기술 혁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스트리아 학자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과학기술적 성과인 논문에서 일본을 추월했고, 반도체 등 핵심 전략기술 분야에서 세계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우주, 양자, 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 대등한 수준의 한미 협력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정책적 성과가 미완의 노력으로 그치지 않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선도형 국가에 걸맞는 새로운 연구개발 시스템이 필요하다. 경쟁국들이 하지 않은 기술개발을 이뤄내야 하는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실패에 관대해야 하며, 연구자들이 한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에게 과감한 권한 위임을 해주어야 한다. 그동안 이러한 시도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매번 미완으로 그친 만큼 이번에는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부처 간 협력이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 좋은 정책을 만들려는 건전한 경쟁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경쟁은 부처의 이기주의를 유발한다. 과학기술정책이 더 이상 분야별 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에까지 확장되고 있는 만큼, 부처의 이해관계에 국한되지 않는 범 부처적 노력이 화급하다. 국가전략기술처럼 임무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임무지향형 정책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셋째, 과학기술정책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어야 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적 증거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며,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인재 육성을 위한 묘안이 필요하다. 인구가 줄어들고 의대와 로스쿨에 인재가 집중되고 있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재 부족이 현실이 되고 있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기 진작, 과감한 비자제도 개선 등 입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최근 AI를 중심으로 한 융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도를 옭죄는 낡은 관습을 혁파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변화를 위한 초석이 다져졌다. 우리나라가 선도형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남은 4년간 혁신적 전환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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