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아닌 슈퍼맨” 뉴욕 지하철 노숙인 질식사, ‘정치 대결’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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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진영에서 뉴욕 지하철에서 이상행동을 하는 노숙인을 제압하다가 사망하게 한 전직 해병대원을 '영웅'으로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백인이 흑인을 숨지게 했다며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이 사건을 정치 논쟁의 한복판으로 끌고 나온 것이다.
닐리의 정신 병력과 범죄 이력 등을 강조한 보수 진영이 페니의 살인을 옹호하면서 진영 대결로 번졌다.
WP는 "이번 사건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응은 페니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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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지원 모금액만 150만 달러 달해
WP “페니, 보수의 아이콘 될 수도”
미국 보수진영에서 뉴욕 지하철에서 이상행동을 하는 노숙인을 제압하다가 사망하게 한 전직 해병대원을 ‘영웅’으로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백인이 흑인을 숨지게 했다며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이 사건을 정치 논쟁의 한복판으로 끌고 나온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노숙인 조던 닐리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대니얼 페니가 전날 2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페니와 같은 ‘선한 사마리아인’과 함께 서 있다”면서 “미국이 그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적었다. 공화당 하원의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과 맷 게이츠도 각각 페니를 두고 “영웅”과 “지하철 슈퍼맨”이라고 언급했다.
보수 언론도 뛰어들어 판을 키웠다. 폭스뉴스 진행자 그레그 구트펠트는 페니의 기소를 “친범죄이자 반영웅적”이라고 평가했다. 보수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에서 페니를 “지하철의 사마리아인”이라면서 기소 반대 의견을 밝혔다.
닐리 사망 직후엔 분위기가 달랐다. 억울하게 죽은 닐리를 애도하는 목소리가 컸고, 도주 위험이 없다며 경찰이 페니를 풀어 주자 그의 체포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닐리의 정신 병력과 범죄 이력 등을 강조한 보수 진영이 페니의 살인을 옹호하면서 진영 대결로 번졌다. 그린 의원은 닐리를 “감옥에 있어야 했던 폭력 범죄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온라인 모금 플랫폼 ‘기브센드고’에 개설된 페니를 위한 법률 지원 모금에는 150만 달러(약 2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모였다. 이 플랫폼은 유명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에서 규정 위반으로 삭제된 기부 캠페인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가 페니 옹호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머스크는 닐리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 영상에 “위선적(disingenuous)”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WP는 “이번 사건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응은 페니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021년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시위에서 2명을 살해하고도 보수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며 무죄 평결을 받은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존 마셜 노스웨스턴대 메딜 저널리즘스쿨 부교수는 “우리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자경단의 폭력’을 미화하는 길고 추악한 역사 안에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분열의 순간을 이용해 지지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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