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선생님과 책읽고 놀이… “학교 일찍가도 심심하지 않아요”

김유나 2023. 5. 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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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늘봄학교 시범운영 현장
보성초, 오전 7시30분부터 전담사 활동
도서실도 시간맞춰 개실… 학생들 이용 ↑
“이른 등교 안심” 학부모 만족도 높아”
원앙초는 골프·코딩 등 ‘방과후’ 28개
질 높은 프로그램… 학원보다 더 선호
1학년 교육·돌봄 새봄교실 “학습 도움”
“강사 확보 어려움… 정부 지속 관심을”

‘출발선부터 공정하게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돌봄’.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내세웠던 과제 중 하나다. 이 부총리는 이를 위해 2025년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아이를 늘 보는’ 학교란 의미로, 방과 후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교에서 아침·저녁 돌봄 등 촘촘한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적어도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돌봄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성공적으로 도입될 경우 중·고등학생보다도 높은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우선 올해 대전과 인천, 경기, 전남, 경북 5개 지역 214개 학교에 늘봄학교를 시범 도입했다. 시범학교는 각 학교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성공 모델을 만들게 된다. 학부모들은 학교 돌봄 강화 정책을 반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교사 부담 가중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대전 지역 시범학교를 찾아 늘봄학교 운영 상황을 살펴봤다.
지난 2일 대전 보성초 도서실에서 아침돌봄을 신청한 학생들이 정규 수업 전 돌봄전담사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교육부 제공
◆일찍 학교 오는 학생도 안심

지난 2일 오전 8시 대전 보성초등학교. 정규 수업 시간은 1시간쯤 남은 시각이었지만, 학교를 일찍 찾은 아이들은 하나둘씩 2층 도서실로 들어왔다. 저학년 아이 3명이 책을 고른 뒤 한쪽에 놓인 소파에 자리를 잡자 돌봄전담사인 이은순씨가 다가왔다. 자원봉사자인 이씨는 퇴직 보육교사로, 올해 3월부터 보성초에서 아침돌봄을 맡고 있다. 이씨가 다정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자 아이들은 금세 집중하며 책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보성초는 올해 3월 늘봄학교 시범학교로 선정된 후 아침돌봄을 도입했다. 등교 시간은 학년에 따라 오전 8시40분∼9시이지만, 아침돌봄을 신청하면 오전 7시30분부터 돌봄전담사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현재 아침돌봄을 신청한 학생은 1·2학년 4명이다. 1학년 총 27명, 2학년 총 42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학교이고 아침돌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아직 신청 인원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아침돌봄 혜택이 4명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전엔 학교에 일찍 오더라도 교실에 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나 아침돌봄 도입으로 도서실 시작 시간이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7시30분으로 당겨졌다. 돌봄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도 일찍 학교에 오면 도서실에 와 책을 보다가 교실로 돌아가곤 한다. 학교 관계자는 “매일 20명가량이 수업 전 도서실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아침돌봄을 신청한 아이들은 오전 8시 전후 등교해 돌봄전담사와 도서실 또는 돌봄교실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2학년 신소헌양은 아침돌봄에 참여하면서 매일 아침 시간이 즐거워졌다. 지난해에도 늘 오전 8시10분쯤 등교했다는 신양은 “작년에는 아침에 교실에 혼자 있었는데 지금은 (돌봄전담사) 선생님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1학년 김설·김시명양도 “선생님하고 같이 책 읽어서 재밌다”며 웃었다. 이씨는 “부모들이 예전엔 아이를 학교에 빨리 보내면 불안해했는데 이제 안전한 것 같다고 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방과 후 돌봄도 강화됐다. 원하는 학생에 한해 오후 7시까지 돌봄을 제공하고, 하교가 빠른 1학년을 위해 별도의 교육·돌봄 프로그램인 ‘새봄교실’도 운영한다. 늘봄학교 정책 중 하나인 새봄교실은 1학년 맞춤 프로그램으로, 1학년 발달 단계를 고려해 종이접기, 미술 등 놀이·체험 중심의 특기 적성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 학교 1학년 27명 중 26명이 돌봄교실 또는 새봄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박흥배 교장은 “학원도 덜 가게 돼 학생은 물론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다양해 만족… 인력 문제는 숙제

인근에 있는 대전 원앙초에서는 방과 후 돌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앙초는 골프·방송댄스·악기·인공지능(AI) 코딩 등 방과 후 프로그램 28개를 운영하는데, 전교생 308명 중 215명(69.8%)이 참여 중이다. 전국 평균 참여 비율(45.1%)보다 20%포인트 이상 많은 수치다. 질 높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아이들을 학원이 아닌 학교에 머물게 한다는 설명이다.

인기 있는 것은 단연 ‘몸’을 쓰며 노는 수업이다. 한 교실에선 1·2학년 학생 6명이 스크린에 뜬 화면에 공을 던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신이 난 모습으로 쉴 틈 없이 뛰고, 공 던지기를 반복했다. 바로 옆 교실에는 벽을 꽉 채운 스크린과 실내 자전거 20여대가 놓여있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이 화면을 보며 게임하듯 실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라며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스트레스를 날리며 재미있게 체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 최현정씨는 “첫째는 방과 후 프로그램 3개를 듣고, 둘째는 새봄교실에 참여 중”이라며 “특히 새봄교실은 첫째 때는 없던 프로그램인데 선생님이 직접 한글, 수를 봐줘 학습 면에도 도움이 된다. 학부모 입장에선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20곳인 시범학교를 내년에는 70곳으로 늘리고, 2025년에는 교육부 계획대로 관내 모든 초등학교(204개교)에 늘봄학교를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다. 보성초 관계자는 “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교육청이 구해주기도 하고, 학부모 중 자격증 있는 분들이 하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교사들은 늘봄학교 도입으로 교사 업무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방과 후 프로그램 관련 행정 업무를 교사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원앙초 교사는 “지금은 교육부에서 기간제 교사를 지원해주는데 앞으로도 인력 문제를 계속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날 원앙초를 찾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안정적으로 인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등을 고민 중”이라며 “2025년 전국 확대에 어려움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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