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키로···양곡관리법 이어 2호 거부권 수순
국민의힘과 정부가 14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양곡관리법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의 두번째 거부권 행사 수순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국회 브리핑에서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며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에는 여당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대통령실에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 저해로 인해 국민 건강에 미칠 부정적 영향, 의료법 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간호만을 별도 법으로 제정할 경우 의료체계 근간 붕괴, 간호조무사 학력 차별 등을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당정은 국내 현실에 맞는 돌봄 체계 구축, 지난달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이행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김 대표는 “민주당 내부적으로 퍼펙트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있기 때문에 외부의 전선을 형성하고자 하는 동기유발이 굉장히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간호법 문제도 갈등 조정을 하기는커녕 도리어 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데 매진하고 있다. (야권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방송법도 갈등 증폭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거나 사회적 갈등 소지가 있는 법안들이 충분한 논의나 공감대 없이 추진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수렴되지 못하고 힘에 의해 어느 일방의 이익만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규정을 별도로 분리한 것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 명확화, 처우 개선 등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6일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건이 심의·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는 별개로 원내 지도부가 민주당과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략적인 의도로 입법권을 남용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당은 마지막까지 최선의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망은 어둡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간호법 조항 네 곳을 수정한 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과 대한간호협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정책위원회 명의 입장에서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공약에 대해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윤석열 정권의 자기부정과 국민기만을 드러낸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폭거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정은 간호법과 함께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결격·면허취소 사유를 현행 ‘의료관계 법령 위반 범죄 행위’에서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선고유예 포함)’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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