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도 귀하게 여기는 섬마을

한겨레21 2023. 5. 1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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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는 제주도에 속한 작은 부속섬이다.

이 섬은 선사시대 패총(조개더미)이 발견됨으로써 오래전부터 사람이 거주했음을 알 수 있지만, 기록의 역사는 탐라국 시대에는 전무하며 조선 초기부터 시작됐다.

가파도를 본섬과 잇는 유일한 통로였던 마제포 주변에 상동이란 마을이 자연스레 형성됐고, 이후 주민이 늘어나 남쪽에 하동마을이 생겼다.

섬을 휘감는 산뜻한 바닷바람, 따뜻하고 무엇이든 다 키워낼 듯한 봄 햇살이 뜨겁던 2019년 4월, 가파도 '섬섬 이야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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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제주 가파도를 휘감는 바닷바람과 봄 햇살
2023년 4월, 섬에서 열두 번째 봄을 맞았다. 청보리밭 한가운데 뿌리를 내린 낭(‘나무’의 제주어)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소금기 가득한 큰 바람으로부터 해마다 자기 영역을 지켜내고 있다. 가파도 상동마을 주변의 일렁이는 풍경이다.

가파도는 제주도에 속한 작은 부속섬이다. 이 섬은 선사시대 패총(조개더미)이 발견됨으로써 오래전부터 사람이 거주했음을 알 수 있지만, 기록의 역사는 탐라국 시대에는 전무하며 조선 초기부터 시작됐다. 조선 초기 지명이 붙여지고 목장이 설치됐다. 국유지로 관리만 하고 주민의 정착이 허가되지 않은 섬이었다 . 조선 후기부터 제주도 상·하모리의 5개 성씨를 가진 주민들이 이주해 농사지으며 살기 시작했다 .

마을 주민의 거주 역사는 160여 년 남짓이다. 가파도를 본섬과 잇는 유일한 통로였던 마제포 주변에 상동이란 마을이 자연스레 형성됐고, 이후 주민이 늘어나 남쪽에 하동마을이 생겼다. 하동 포구도 개항됐다. 현재 거주민은 130여 명이다. 이 중 45명이 현직 해녀다. 섬 주민의 60%가 바다를 상대로 생계를 잇는 어업인이다. 가파도 면적 3분의 2를 차지하는 보리밭은 현재 세 농가에서 경작하고 있다.

분출 시기는 다르지만 본섬처럼 가파도도 화산활동이 활발했다. 제주도의 검은 현무암과 다른 조면암질 안산암형의 동글동글한 형형색색의 화산석을 발견할 수 있다. 본섬과 비슷한 돌담의 형태도 볼 수 있다. 식물, 곤충, 어류도 이 섬의 지형에 맞게 변화하고 성장하고 서식한다. 5~6월 비가 내린 뒤 가파도 들판을 가득 울리는 맹꽁이 떼창은 이 섬만의 명물이다.

섬을 휘감는 산뜻한 바닷바람, 따뜻하고 무엇이든 다 키워낼 듯한 봄 햇살이 뜨겁던 2019년 4월, 가파도 ‘섬섬 이야기’가 시작됐다. 섬섬 이야기는 가파도 방문객이 섬사람과 함께 섬을 걸으며 섬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고 느껴보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거쳐 신성과 물성이 쌓인 가파도 문화를 탐색하고 관찰할 수 있다. 그때마다 다른 길을, 그날의 날씨와 바람 방향에 따라 걸으며 섬의 우연과 인연을 만난다. 바다가 섬에 남긴 흔적이나 소리, 바람, 꽃, 나무, 길, 사람, 새와 고양이와의 만남을 섬의 원시성 속에서 즐긴다.

섬섬 이야기에 참여하려면 ‘가파도 사진관 & 스토리지’ 인스타그램(@gapado_island) 계정으로 신청하면 된다. 가파도에는 바람이 많아 풀 한 포기도 ‘낭’(나무의 제주어)으로 귀하게 여긴다. 바람과 함께 모든 순간을 함께한다. 여기 섬섬 이야기로 만난 몇 개의 우연한 순간을 전한다.

혹독한 겨울의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고 싹을 피워낸 2월의 청보리밭에서 한 주민이 보리순을 따고 있다. 이때 딴 청보리순으로 차를 만들면 향이 깊다.
4월의 아침, 따뜻한 햇볕과 함께 산뜻한 바람이 해발 22m의 섬 가장자리를 휘감는다.
4월의 해 질 녁, 섬을 오가는 배가 마지막 관광객을 실어 떠난 뒤 황금빛 노을이 섬을 물들인다.
검붉게 물든 7월의 섬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그려졌다. 이 황홀한 빛은 또 얼마나 큰 바람을 끌어들이려는지.
5월 말 청보리를 거둔 뒤 농부들은 빈 밭에 꽃씨를 뿌린다. 긴 장마가 수그러든 8월, 가파도는 꽃의 섬이 되었다.
다시 2월, 70년 만의 폭설이 이틀간 내렸다. 섬을 순백색으로 칠한 눈은 소리 없이 섬으로 스며들었다.

가파도(제주)=사진·글 유용예 사진가 겸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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