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재판마다 ‘공소장 일본주의’ 지적… 이재명 방패되나 [법조 인앤아웃]

이종민 2023. 5. 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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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에는 범죄 사실과 직접 관련한 내용만 국한해 기재하게 돼 있습니다. 공소사실이 170페이지의 방대한 양인데 이는 실질적으로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가 공소사실인지 특정해 줄 것을 검찰에 요구합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올해 1월 첫 공판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유흥주점 향응수수, 불법 선거자금 마련 등은 피고가 한 번도 재판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확정적인 범죄자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기재했다"면서 "(검찰이) 법관에게 예단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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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에 불필요한 정보 제공 우려
공소제기 땐 공소장 하나 제출해야
檢, 李 배임 등 혐의 공소장 170쪽
李측, 재판서 檢 원칙 위반 주장
법원 인정 땐 공소기각 가능성도

“공소장에는 범죄 사실과 직접 관련한 내용만 국한해 기재하게 돼 있습니다. 공소사실이 170페이지의 방대한 양인데 이는 실질적으로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가 공소사실인지 특정해 줄 것을 검찰에 요구합니다.”

지난 1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첫 공판. 이 대표 변호인 조원철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 一本主義)’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사실 외에 다른 내용은 공소장에 기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판사가 본격적인 증거조사에 앞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예단을 최대한 배제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파생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는 피고인 측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올해 1월 첫 공판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유흥주점 향응수수, 불법 선거자금 마련 등은 피고가 한 번도 재판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확정적인 범죄자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기재했다”면서 “(검찰이) 법관에게 예단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체 32쪽 공소장 중에서 12쪽 분량이 배경 사실로 기재된 부분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 2018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할 청와대 생산 문건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보고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문제가 된 대통령 기록물은 공소사실과 무관하고, 사법부와 관련한 내용도 재판부에 막연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이 실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인정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과거 국정농단·사법농단 관련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기각 결정보다는 공소장 변경 등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올해 1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하자 검찰에 “공소장에서 전제 사실 부분을 이렇게 상세하게 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간략하게 정리하라”고 명령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선 검찰의 ‘방대한 공소장’이 피고인 측에 문제 제기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검찰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사건처럼 직접 증거가 없고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라며 “검찰로서는 간접 사실로 혐의를 입증해야 할 수밖에 없어 배경이나 경과 사실 기재가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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