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그린 그림, 이젠 '흉물' 취급? 지워지는 벽화마을
담장마다 보기 좋은 벽화를 그려 넣은 벽화마을 한때 낙후된 동네 살리자며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만들었기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든 찾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을 전체가 사라지거나 일부러 그림을 지우는 곳도 있습니다.
달라진 벽화마을, 최재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 광명시의 한 벽화마을입니다.
골목은 사람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입니다.
담벼락을 장식했던 그림들은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색이 바랬고, 대신 재개발과 철거를 알리는 게시물로 뒤덮였습니다.
골목길 주택가인 이곳은 8년 전 벽화그리기 사업으로 이렇게 벽마다 그림들이 들어섰습니다.
지금은 주민들이 모두 떠났고 곧 사라지게 됩니다.
한때 주말마다 인파로 가득했던 서울 이화동 벽화마을도 이젠 한산합니다.
계단을 장식했던 그림은 지워졌습니다.
과거엔 꽃들이 가득해 줄을 서가며 사진을 찍던 곳입니다.
듬성듬성 벽화들이 남아있지만, 일부는 관리가 안 돼 보기 흉한 모습입니다.
찾아오는 외국인도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합니다.
[나은희/서울 이화동 자영업자 : 그림이 없어서 외국 분들이 (그림을) 많이 찾아요. 핸드폰에서 보여주면서 이 그림 어디 있냐고.]
[서울 이화동 자영업자 : 계단 다 (그림을) 지웠거든. 그래갖고 사람이 없어. 볼 것도 없고. 밥 굶을 정도예요. 안 돼, 장사.]
이화마을은 벽화로 낙후된 동네를 살린 '도시재생'의 모범처럼 여겨졌던 곳입니다.
그러나 거주민들이 소음과 쓰레기를 참다못해 그림을 지워버리며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주민도 일부 떠나고 관광객도 줄었습니다.
[조금순/서울 이화동 주민 : 그래서 다 지워버린 거 아냐. 밤에 잠도 못 자고 시끄럽다고. {이사 가신 분들도 있으시죠?} 많죠.]
벽화그리기 사업이 전국 200곳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을만큼, 지자체들은 경쟁하듯 벽화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부산 감천마을처럼 주민 참여로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관리가 안 돼 흉물처럼 남은 곳도 많습니다.
[이창무/한양대 교수 : 벽화를 그렸다고 생명력을 얻는 건 사실 아니거든요. 사회적인 비용만 들였다가 다시 정비 사업으로 가야 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지역 특성을 살리지 않고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경우는 대부분 실패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및 자문 :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지역관광개발 전략적 공공미술을 통한 명소화 사업(최식원, 2021), 생활형 관광지「수암골 벽화마을」의 변화적 특성연구(박구원, 2020)]
[영상취재 : 정철원 이현일 : 영상편집 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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