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노동·교육개혁 추진에 높은 점수… 정치·정부 개입 '관치' 최악 [尹정부 1년 성과와 전망 <10·끝>지상 좌담회]
파이낸셜뉴스가 14일 민관 경제전문가들에게 윤석열 정부 1년의 정책 중 가장 높게 평가할 만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온 답변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이 이같이 답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3대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을 높게 봤다. 강 교수는 "3대 개혁 중 1년 동안 가시적 성과를 낼 정도로 잘한 것으로 보면 노동개혁"이라며 "전체 노조활동이 아니라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노조활동에 대해 정상화시키려는 결단성 있는 노력을 했다"고 답했다.
다만 송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잘못한 정책도 3대 개혁 제시를 꼽았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중요한 3대 개혁과제가 구호로만 그치고 구체적 계획과 집행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잘못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도 상당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3대 개혁 모두 장기로드맵도 나오지 않았고 구체적 추진과제, 예산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묻지마 반대'도 이 같은 상황에 일조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3대 개혁 중 윤 정부는 노동개혁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 최대 69시간'의 근로시간제 개편안 발표 직후 노동계의 거센 반발 등으로 논란만 커졌을 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 것을 최고의 정책으로 꼽기도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의 왜곡을 초래했던 부동산 관련 세금 정상화, 재건축규제 완화, 대출규제 완화, 주택청약 관련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연착륙을 유도한 게 가장 높이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관리를 잘한 것을 높게 본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안정에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 같은 위기상황에 신속히 대응해 시장을 안정시킨 것은 인상적 대응이라고 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핵심산업의 공급망 안정 등을 위해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한 점을 높게 봤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에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 근거를 뒀다.
최악의 정책은 시장 메커니즘을 무력화한 이른바 '관치'를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역동적 시장경제'를 모토로 내세운 정부라고 하기엔 정치 또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석병훈 교수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통제하고자 해 관치금융 논란을 일으키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정책의 메커니즘을 무력화한 형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석 교수는 또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유류세를 인하해 에너지 수입 증가를 유발한 것도 같은 경우"라고 덧붙였다. 강성진 교수도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견지하면서 복합위기 속에서 어느 정도 완만하게나마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요금을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집행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정치적 이유와 전 정부의 누적된 가격인상 요인 무시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한국전력 적자 누적 심화, 채권시장 불안정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정치·군사 이슈를 최우선에 두면서 경제 부문이 상대적으로 희생된 것이 잘못한 정책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도 있었다. 주원 실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사례 등에서 보듯 미국과의 통상이슈들에 끌려다닌 측면이 (1년 동안) 있었다"고 했다.
실제 정부의 한미 경제협력 강화 행보에도 미국 IRA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산업정책 기조에 따라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꼽혔지만 지난달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선 '양국 간 지속적이고 긴밀한 협의를 이어간다'는 정도의 문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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