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6G로 번진 美·中 기술패권 전쟁… 韓 투자속도·규모 뒤질라
美, 미래 네트워크 법안 통과
中 통신위성 1만2992개 운영
韓, 5G시장 첫발 내딛었지만
투자 주춤… 통신 입지 축소
6G 주파수 대역 확보에 사활
6G(6세대) 이동통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시작됐다. 반도체, 배터리, 양자, AI(인공지능) 등에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 패권전쟁이 6G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EU(유럽연합), 일본 등 각국 정부도 6G 기술 선점을 위한 R&D(연구개발)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취해 있을 게 아니라 R&D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막오른 패권 경쟁, 6G 드라이브 거는 美·中 = 6G는 5G 이후 등장할 다음 세대 통신 인프라다. 이론적으로는 5G보다 약 50배 빠른 초당 1테라바이트(TB)의 다운로드 속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 만큼 자율주행, 메타버스, AR(증강현실) 등을 현실화시키는 기반 인프라이자 필수 기술로 쓰일 전망이다. 특히 5G와 연계돼 미래 IT(정보기술)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동시에 글로벌 기술경쟁의 향방을 가르는 필수 전략기술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각국은 오는 2028년 이후 6G 상용화를 목표로 국가 주도의 R&D 투자에 착수하는 한편 표준 선정을 위한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국제 표준화 단체들의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는 내달 6G 국제표준화의 초기 단계로 6G 비전 연구 계획을 내놓고, 내년부터 6G 기술성능 및 평가기준 정의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6G 후보기술 평가·선정을 거쳐 국제 표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3GPP도 내년부터 6G 기술 표준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 5G서 중국에 뒤진 미국, 6G선 만회 나선다 = 6G 경쟁은 이미 막을 올렸다. 특히 미국의 움직임이 빠르다. 미국은 5G에서 중국에 확실히 우위를 내줬다. 이를 6G에서는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전세계 5G 표준특허 점유율 26.8%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5G 장비 시장 점유율도 47.7%에 달한다.
미국은 지난 4월 백악관 주도로 6G 전략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했다. 2021년에는 6G 통신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 네트워크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방국과 협력해 개방형무선접속망(오픈랜)을 확산시킴으로써 중국의 입지를 흔들겠다는 구상 하에 민간기업 중심으로 '넥스트-G 연합'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중국도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다. 5G에서의 우위를 6G에서 확실히 이어가겠다는 것. 이를 위해 국가와 기업이 공조해 R&D에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중국 정부는 6G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뿐 아니라 미국에 맞서 글로벌 위성통신 경쟁 주도권을 잡기 위해 '궈왕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이 프로젝트는 508~600㎞ 고도에 통신위성 6080개, 1145㎞ 고도에 6912개를 각각 발사해 총 1만2992개 위성을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6G는 주파수의 특성상 위성이 함께 쓰일 전망인데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인프라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 세계 최초로 5G 내놓은 한국은 투자 주춤 = 이와 달리 한국은 이렇다 하게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취해있던 우리나라는 지난달 말 5G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겼지만 풀어야 할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5G 속도나 품질, 커버리지 등에서 이용자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고 6G로 이어질 초고주파인 28㎓ 대역 투자에서 이동통신 3사 모두 손을 뗀 상황이다. 이용자들의 지지 기반과 기업의 투자 여건이 모두 흔들리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6G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경쟁국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미국은 추가 투자 계획을 통해 약 3조원을 6G에 투자하고 일본은 약 6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은 6G 연구 관련 국책연구에 2027년까지 5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럽은 EU(유럽연합)를 포함해 핀란드, 독일 등의 계획을 더하면 총 투자액이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1917억원을 6G 원천기술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2028년까지 6253억원을 투입하는 6G 산업기술 개발사업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오는 8월중 나올 예정이다.
6G 시대에 중요성이 커질 전망인 위성통신 산업 기반도 갖춰야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추진해온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연이어 탈락하면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저궤도 위성서비스 '스타링크'가 국내 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올 하반기 국내 서비스 시작을 예고해 시장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6G 시대에 글로벌 사업자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만든 스페이스X가 내놓은 위성 인터넷 사업이다. 스페이스X는 2030년까지 약 1만2000기의 소형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를 연결하는 초고속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후 3만개의 위성을 추가로 발사해 4만2000개까지 위성 숫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당장은 스타링크 서비스가 국내에서 시작돼도 국내 통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지만, 위성통신이 기본적인 인프라로 쓰이는 6G 시대에는 차세대 서비스, 농촌·도서산간 지역서비스 등을 내줄 위험도 있다.
◇ 6G 후보 주파수 대역 확보하고 ·SW·표준까지 R&D 확대 = 우리 정부의 전략은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잡겠다는 것이다. 2028년 6G 표준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원천기술 연구뿐 아니라 서비스 상용화 연구, 소부장(부품·소재·장비), 표준화까지 종합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6년에는 원천기술 개발 결과물과 민간 기술을 결집해 '사전(Pre)-6G' 기술 시연을 추진한다.
특히 △ 7~24㎓(기가헤르츠) 어퍼 미드 대역 기술 △ 커버리지 △ SW(소프트웨어) △성능 보장 등 4대 중점기술에 투자를 집중한다. 어퍼 미드 대역은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 에릭슨, 노키아 등 주요 제조사들이 6G 후보 대역으로 주목하는 대역이다. 이에 선제적으로 이 주파수 대역 기반 핵심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주파수 대역 특성에 따라 발생하는 음영지역을 최소화하고 전력을 적게 쓰면서 커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AI와 클라우드 기반 단말·기지국·코어 장치를 설계·운영하고 트래픽이 급증해도 안정적으로 6G 융합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성능을 보장하는 기술도 확보한다는 목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소부장 영역에서 기지국과 단말 부품 중 국산화 가능성과 시장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핵심 부품 국산화를 지원하겠다"며 "민·관 협력을 통해 6G R&D와 연계한 표준 반영·개발과 표준 필수특허 지분 확대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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