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전기차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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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버스 좋아."
중고차로 구매했던 인생 첫차 아반떼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연히 신형 전기차의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것이 더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그 배후에 전기차 등장으로 피해를 볼 석유기업들이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2006년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는가> 가 개봉되기도 했지만, 실제 폐기 원인은 제작 비용 대비 낮은 수익성 때문이었다.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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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최우리 | 경제산업부 기자
“전기버스 좋아.”
토요일 늦은 오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 5살 정도 된 꼬마가 엄마와 함께 버스에 오르며 말했다. 아이는 전기버스가 좋은 이유는 이어서 말하지 않았다. 다만 “전기택시도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 <꼬마버스 타요>의 타요가 전기버스여서 그런 걸까’ 추정해봤다.
연식 15년 된 아반떼 소유주인 기자도 신형 전기차를 취재하다 보니 전기차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 중고차로 구매했던 인생 첫차 아반떼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연히 신형 전기차의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것이 더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전기차를 빌려 타보니 충전을 위해 늦은 밤 비어있는 동네 충전소를 찾아다녀야 하고, 다음 충전 차들을 위해 1시간 안에 차를 또다시 이동해야 하는 등 내연기관차를 이용할 때는 없던 긴장감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전기차 생산·판매량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우선 경제적으로 연료비가 확실히 적게 들었다. 아이오닉5를 빌려 서울에서 광주(편도 268㎞)를 왕복으로 다녀왔는데 충전비용은 3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12일 기준 광주지역 휘발유 최저가로 계산해보니, 같은 연료비용으로 216㎞밖에 이동하지 못했다. 4~5만원은 더 지불해야 같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셈이었다. 또 차체에서 내연기관이 빠지면서 좀 더 넓어진 것처럼 보이는 실내공간, 다양한 스마트기기와 연결 가능한 프로그램 내장 등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반떼를 탈 때마다 느껴왔던 석유 소비자로서의 죄책감이 줄어든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분의 1이 교통·수송 부문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이 만족감은 오래갈 수는 없었다.
생태철학자 베리 카머너가 말한 환경문제의 원칙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연결돼 있다’는 말처럼, 40만 한국의 전기차가 이용하는 저렴한 전기는 화석연료인 석탄으로 가동하는 발전소에서부터 오는, 탄소배출이 많은 전력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매우 적은 수도권은 더욱 그렇다. 또 모든 차량의 외관, 차체용 철강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석탄이 사용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원료인 리튬·니켈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기업과 국가의 과도한 경쟁도 과거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한 미국 서부개척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불안한 시선이 존재한다. 전기차를 타더라도 남은 과제는 많다는 의미다. 이 사실을 알기에 현재의 전기차를 가리켜 100% 친환경차라고 말할 때마다 약간의 찜찜함이 남아 있다.
전기차의 인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과거와는 다른 기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무공해차 생산 의무 법안을 만들면서 1996년 제너럴모터스(GM)가 최초로 전기차(EV1)를 생산했다. 그러나 몇년 뒤 모두 폐기했다. 그 배후에 전기차 등장으로 피해를 볼 석유기업들이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2006년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는가>가 개봉되기도 했지만, 실제 폐기 원인은 제작 비용 대비 낮은 수익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 테슬라가 속도와 디자인을 앞세운 전기차로 성공하고, 미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전기차 생산공장 유치를 도모하며 각종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나설 만큼 전기차가 다시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한국 정부도 최근 국내 전기차 공장을 지을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며 그 흐름에 동참했다.
전기차가 미래를 바꾼다면 어떻게 바꿔 갈까. 아이는 자라서도 전기버스와 전기택시를 타면서 기뻐할지, 나의 찜찜함은 해소될 수 있을지 지켜볼 생각이다.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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