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월드클래스... 임성재, 또 마법 같은 역전승
2019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7타 뒤집기 우승' 이후 3년 7개월 만
역시 ‘월드 클래스’는 달랐다. 세계 18위로 한국 남자 골프선수 중 가장 높은 랭킹인 임성재(25)가 3년 7개월 만의 국내 대회 출전에서 다시 한번 마법 같은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임성재는 14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우승상금 3억 원)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를 쳐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2위 이준석(35·호주)의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이어 코리안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임성재는 코리안투어 대회에 두 차례 출전해 두 번 모두 정상에 올랐는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는 7타 차를,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는 5타 차를 뒤집은 짜릿한 역전 우승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특급 대회인 웰스파고 챔피언십을 공동 8위로 마치고 9일 바로 귀국한 임성재는 뒤바뀐 시차, 익숙하지 않은 잔디와 싸워야 했다.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던 터라 3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 차로 뒤지며 우승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임성재는 최종라운드에서 세계 최정상급 경기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동 4위로 출발한 임성재는 6번홀(파4)과 8번홀(파3)에서 각각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단독 선두였던 최진호(39)가 3번홀(파3)에서 무려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리며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등 6번홀까지 5타를 잃고 무너진 사이, 임성재는 9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나섰다.
그리고 후반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11번홀부터 3홀 연속 이글 1개와 버디 2개를 잡아 한꺼번에 4타를 줄이며 자신이 왜 ‘월드클래스’인지를 국내 팬들에게 과시했다.
특히 이날 경기의 백미는 12번홀이었다.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임성재는 12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핀 3m 거리에 붙였고, 이글 퍼트를 놓치지 않았다. 13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샷을 핀 50㎝ 지점에 떨궈 버디로 연결하면서 이준석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3개홀에서 4타를 줄인 임성재는 이후 17번홀(파4)까지 파 행진을 거듭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홀과 38m 떨어진 까다로운 거리의 벙커에서 핀 1.6m에 붙이는 세계 정상급 벙커 샷을 선보였다. 임성재가 먼저 1.6m 버디 퍼트를 성공한 반면, 공동 선두였던 이준석은 1.5m 거리의 버디에 실패하면서 임성재가 우승을 확정했다.
임성재는 작년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개막 하루 전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2주간의 격리만 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 우승으로 지난해의 아쉬운 헛걸음을 보상받게 됐다.
“전반에 경기가 잘 안 풀려서 후반에 집중해 보자고 다짐했다”는 임성재는 “12번홀 이글 후 좋은 흐름이 이어져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며 “시차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갤러리의 응원 속에 우승까지 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호주교포 이준석은 통산 3승에 도전했으나 임성재의 기세에 눌려 1타 차 준우승에 그쳤다. 마지막 18번홀 1.5m 버디 퍼트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으며 통산 9승에 도전했던 최진호는 5타를 잃어 6위(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임진희(25)가 통산 3승 고지에 올랐다. 임진희는 경기 용인시 수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3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박지영(27)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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