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젤렌스키, 우크라 지지해달라며 교황 평화안 거부

이규화 2023. 5. 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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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교황이 제시한 평화안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우크라이나 편에 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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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교황이 제시한 평화안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마타렐라 대통령, 멜로니 총리로부터는 적극적인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교황의 평화안을 거부한 논리는 침략자와 희생자가 같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우크라이나 편에 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교황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직후 트위터를 통해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저지르는 범죄를 규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피해자와 침략자는 절대로 같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우리의 평화공식이 정의로운 평화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유일한 알고리즘이라는 점을 얘기했다"며 "우리 평화공식의 실행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점령한 상태에서 전쟁이 종식되는 방식의 타협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군 철수,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전쟁 범죄 기소 등 항목을 포함한 10개 평화 공식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교황의 평화안은 우크라이나가 내세우고 있는 종전 선결조건과 거리가 있습니다. 교황은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이 이번 전쟁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과 만난 뒤 이탈리아 방송에 나와 "교황님을 존경하면서 말씀을 올리자면 우리는 푸틴과 함께 중재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교황청은 성명을 내고 교황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고 발표했지만, 교황이 종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로부터는 적극 지지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정상회담 후 멜리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강력한 입장에 서야 한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 공식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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