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거리 '니하오' 대신 '사와디캅·신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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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찾은 서울 명동 거리.
골목으로 들어서자 가게 직원들이 '사와디캅'이라며 행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 매장 직원은 "동남아시아 고객들은 과거 3만원만 넘어가면 구매를 망설였는데 이젠 5만원짜리도 덥썩 구매한다"며 "이들을 공략해야 매출이 오른다"고 했다.
'서울 땅값 1위'로 유명한 명동의 대표적인 화장품 매장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은 동남아 국적 유학생을 직원으로 고용해 동남아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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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중국 관광객의 5배 넘어
발 빠른 대응 나선 여행업계
태국인 직원 뽑고 할랄 음식 팔아
유커보다 지갑 얇아 회복엔 한계
14일 찾은 서울 명동 거리. 골목으로 들어서자 가게 직원들이 ‘사와디캅’이라며 행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히잡을 둘러쓴 이들에겐 “앗살라무 알라이쿰”이라며 반기는 점원도 눈에 띄었다. 한 매장 직원은 “동남아시아 고객들은 과거 3만원만 넘어가면 구매를 망설였는데 이젠 5만원짜리도 덥썩 구매한다”며 “이들을 공략해야 매출이 오른다”고 했다.
‘유커 일변도’ 벗어나는 관광상권
유커(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했던 관광지 상권 풍경이 바뀌고 있다. 한국을 찾는 동남아 관광객 수가 중국인 관광객을 크게 앞서고 있어서다.
이날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만1039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남아 주요국의 입국자는 총 27만7624명에 달했다. 입국자가 1만명 이하인 기타 동남아 국가의 관광객 수를 합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이런 변화에 누구보다 예민한 노점상들은 이미 베트남어 태국어가 적힌 메뉴판을 내걸고 있다. 화장품업체 미샤는 명동 상권 점포에 동남아인에게 인기가 많은 베이스·비비크림 제품을 별도로 진열하고 있다. ‘서울 땅값 1위’로 유명한 명동의 대표적인 화장품 매장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은 동남아 국적 유학생을 직원으로 고용해 동남아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할랄 음식’을 판매하는 한식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남아에서 온 무슬림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다. 동남아는 11개국 6억6000만 명의 인구 가운데 약 40%가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거리 옆 골목에 있는 한 할랄식당은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40석 가운데 27석이 차 있을 정도다.
휴대폰·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용산전자상가도 동남아 관광객으로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고 휴대폰 매장이 밀집한 용산아이파크몰 상가의 15개 매장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개 매장이 동남아인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중고 휴대폰을 보러 오는 동남아 고객의 발길이 늘어서다.
매장 직원들은 저가형 갤럭시 휴대폰(10만~20만원)은 본인이 사용하기 위해, 고가형 아이폰 모델(50만원 이상)은 가족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직원 응우옌티투이 씨(29)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중고 휴대폰은 본국에 비해 가격이 20%가량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유커의 절반 씀씀이는 한계
동남아 관광객 비중이 중국 관광객을 압도한 것은 코로나19 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2005년 이후 동남아 주요국 관광객 수는 2021년 6만278명을 기록해 중국(1만4824명)을 처음 넘어섰다.
업계에선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다변화를 반기면서도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회복되려면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인 관광객의 지출 규모가 타지역 관광객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외래관광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거주국별 방한 외래관광객 1인 평균 지출 경비는 중국이 1632.6달러로 필리핀(807.5달러), 태국(945.3달러), 말레이시아(946.7달러) 등 동남아 주요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그럼에도 동남아 관광객의 영향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가까운 시일 내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 산업은 외교관계와 국가 정책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최근 대만 문제로 양국이 충돌하면서 중국 내 반한감정이 커져 ‘제2의 한한령’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안정훈/이광식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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