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얽히고 설킨 市난제 `쾌도난마`… "국민 눈높이 맞추려 스스로 되돌아보죠"
반도체고속道·지하철 3호선 연장 등 추진… "국민 삶 향상 작은 기여라도"
'생활정치'로 주목받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쾌도난마'(快刀亂麻). 이상일(62·사진) 용인 시장을 표현하는 말이다. 어지럽게 얽힌 삼베를 한 칼에 잘라버린다는 뜻으로, 얽히고 설킨 문제를 빠르고 명쾌하게 처리하는 이 시장을 빗댄 것이다. 지난 3월 용인시가 300조원의 투자가 예상되는 첨단국가산업단지 유치에 성공하자 용인시공무원노조는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이만한 성과를 가져온 정치인이 있는가?" 라며 "이상일 시장님 큰일 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다. 이상일 시장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15~6년을 끌어온 시의 난제들을 명쾌하게 풀어가며 시민들은 물론 공직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10년을 끌어온 고기교 및 인근도로, 진출입로가 없어 입주를 못하는 임대주택 문제, 16년 동안 풀지 못한 보라동 일원 315호선 지하화, 경강선 연장선 국가철도망 구축 등 두 손으로 꼽기도 부족하다.
이 시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12일 오후 시장실에 들어섰을 때 첫 느낌은 '긴박감'이었다. 비서실 직원 모두가 서서 움직였다.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 시장은 기자와 만나자 "목 축일 시간을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최근 용인은 국가 산업계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중앙정부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한 것이다. 이 시장은 "취임 전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실을 방문해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수도 없이 대통령실과 중앙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시 핵심 실무자와 단둘이서 정부와 물밑 접촉을 하면서 긴밀하게 국가산단 지정을 추진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발빠르게 움직여 삼성전자와 소통하며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용인은 대한민국에서 반도체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라며 "이제 이동·남사읍 일원에 710만㎡(약 215만평) 규모의 삼성전자 첨단 시스템반도체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용인의 반도체 생태계는 대폭 확장될 것이고, 반도체 역량은 세계 으뜸의 반열에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반도체 산업이 초격차를 유지하고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데 용인특례시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데 자부심을 나타냈다. 정부의 결정이 현명했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사업시행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선정됐는데, 지난 4일 국토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국가산단 부지 안에 포함된 530여 가구 주민과 70여개 기업의 보상과 이주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요청했으며, 배후단지와 주거단지 조성도 요구했다"며 "이동·남사 국가산단에는 삼성전자와 150개 소부장 기업이 입주하며, 근로자 수가 4만명이 넘는다. 인근 원삼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도 SK하이닉스와 50개 소부장 기업이 입주하는 데 여기도 상주 근로자가 2만명이다. 시는 국가산단 조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까지 통상 7년 걸리는 일을 5년 이내에 끝내겠다고 했지만 더 빨리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저는 3년 정도면 착공이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고속도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기흥구 보정·마북·신갈동 일원 경기용인플랫폼시티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미래연구단지, 지곡일반산단, 기흥미래 도시첨단산단, 통삼일반산단,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이동읍 덕성리 일대 제2용인테크노밸리 일반산단, 원삼면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L자형 반도체 벨트형태로 생기는 데 이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기흥에서 남사, 이동을 거쳐서 원삼을 지나 중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고속도로 노선을 생각했는데 설계용역 등을 거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며 "때마침 민간부문에서 화성 봉담읍에서 용인 L자형 반도체벨트의 가로축인 용인(남사~이동~원삼~백암)을 가로질러 중부고속도로를 잇는 73Km의 반도체고속도로 민자고속도로가 제안된 게 있었다. 국토부에 이 민자노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정부가 발표만 해놓고 도로망 하나 제대로 깔아준 게 없다"며 "교통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하철 3호선의 경기남부 연장도 그가 중점 추진하는 시책 중 하나다. 이 시장은 "지난 1일 제가 주선해 4개 시 시장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서울시가 지난 2월에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서울지하철 3호선 수서차량기지 상부에 20만 4280㎡(약 6만평) 규모의 주거·상업·문화시설과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수서차량기지 입체복합개발계획'을 발표했다"며"수서차량기지를 남부로 이전하고 노선을 연장하면 서울시와 4개 도시 시민들의 출퇴근 편의가 크게 증진되고, 수서차량기지 개발사업의 편익도 커지고 서울시민에게도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고 역설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백암 반도체마이스터고등학교 설립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 백암고 운동장 부지에 지을 계획이다. 그는 "시스템제어 및 반도체 소프트웨어 분야 2개 학과를 개설하고, 학년당 64명을 모집해 총 12학급 192명 규모의 학교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경기도교육청, 용인교육지원청과 마이스터고 지정 신청을 위한 추진단을 구성해 준비했으며 경기도교육청이 지난달 교육부에 (가칭)백암 반도체마이스터고 지정 동의를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가 내세운 시정 슬로건은 '용인 르네상스'다.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는 중세 유럽의 문화 융성운동인 '르네상스'에서 차용했다. '르네상스'는 철학, 과학,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대를 상징한다.
이 시장의 꿈은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작은 기여라도 하는 것"이다. 거대 정치 담론보다는 생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난방비가 큰 폭으로 올라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해 예산 31억6000만원을 긴급 편성해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찻길에는 눈이 다 치워졌는데 정작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인도제설기를 도입한 것도 한 예다.
그는 "불편과 부조리 등 정치권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바꿀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가는 일에 열중하려고 한다. 언론인으로 일했던 경험, 세상을 보는 눈을 견지하려고 노력한다. 당파성과는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우리 정치권이 뭘 잘하고 있고, 뭘 못하고 있는지 현명하게 분별하고 싶다"며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을 대하는게 정치인의 근본 자세라고 본다.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앙일보에서 워싱턴 특파원과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19대 총선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을 거쳐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대변인 - 길/말/글' '우리 함께 걸어요 - 약속정치의 새로운 도전' '대통령님, 밥 넘어갑니까?' 등의 저서가 있다.
용인 = 김춘성기자 kcs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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