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핵심 과제 담긴 ‘향촌진흥’···고용·내수·환경 개선 모두 일궈내

글·사진(항저우)=김광수 특파원 2023. 5. 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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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현장리포트] 성공 사례 저장성 마을 찾아보니
마을특색 살려 현대·산업화
정부 지원 속 청년창업 활발
룽징차 등 특산물 세계 진출
45년전 1인 연소득 1.6만원
작년 3200만원까지 늘기도
저장성 안지현 루자촌 마을 회관 벽면에 공동부유를 상징하는 열차가 그려져 있다.
[서울경제]

중국은 여전히 인구의 20% 이상을 농민이 차지할 정도로 3농(농업·농민·농촌) 문제 해결이 공산당과 정부의 주요 과업이다. 올해까지 20년 연속 최우선 과제를 의미하는 ‘1호 문건’에서도 3농을 다룰 정도다. 다만 과거 3농 문제 해결의 중심이 ‘빈곤 퇴치’에 있었다면 2021년부터는 ‘향촌진흥’으로 무게 추가 이동했다. 향촌진흥은 2017년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전략으로 농촌의 현대화·산업화를 위한 중국판 ‘새마을운동’으로 불린다.

중국은 향촌진흥을 통해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청년 창업과 현지 채용으로 고용 안정 △농산물 생산 증대와 판매 확대로 내수 촉진 △인프라 확대와 생태 환경 개선 등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집권 3기에 돌입한 시 주석의 내치 중심에 향촌진흥 전략이 모두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3~26일 중국 최고 부자 ‘성(省)’인 저장성의 농촌 마을들을 방문해 향촌진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가장 먼저 23일 방문한 항저우시 와이퉁우 마을은 항저우를 대표하는 녹차인 룽징차를 살려 마을의 발전을 일궈냈다. 주민들은 8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룽징차의 주요 생산지를 2007년부터 예술가 마을로 탈바꿈시켰다. 룽징차 판매는 늘고 관광객이 증대하며 주민 1인당 소득은 8000위안 미만에서 7만 3000위안으로 9배 넘게 증가했다. 마을 관계자는 1차 산업을 기반으로 3차 산업을 접목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5일 방문한 안지현 루자촌 어귀 마을 회관에는 ‘공동부유호’라고 적힌 기차가 그려져 있었다. 시진핑 체제의 핵심 과업인 공동부유 실현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가 담겼다.

루자촌 발전의 주역은 학업을 위해 도시로 떠났다가 농촌으로 돌아온 젊은이들이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해외 유학파 출신까지 농촌 마을의 특산물을 살려 창업에 나섰고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어 향촌진흥을 일궈냈다. 2030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은행에서 최대 300만 위안(약 5억 7000만 원)을 대출해주고 학력에 따라 창업 지원 보조금도 제공된다. 도시를 오가는 고속철도 비용 지원까지 다양한 혜택으로 농촌의 발전을 꾀한다.

대학 4학년으로 농촌 기업을 창업한 주빙천(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달 25일 저장성 안지현 루자촌 마을 회관에서 중국식 ‘새마을운동’으로 불리는 향촌진흥을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함께 참석한 구차오옌(〃 세 번째부터)과 주이디 역시 루자촌으로 돌아와 마을 특성을 살려 창업한 청년 사업가이다.

1994년생 구차오옌은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상하이에서 부동산 투자 회사에 다니던 중 2018년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 바캉스 테마 농장을 만들어 여행업과 접목한 농촌 체험 활동 사업을 하고 있다. 직원의 80%는 루자촌 농민들로 그들의 소득 수준은 농사를 지을 때보다 늘어났다.

상하이리다학원(직업기술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2001년생 주빙천은 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고향의 발전 기회를 포착해 차 산업 재배, 가공 및 판매, 기능 교육, 농업 관광 연구 등 다양한 산업을 통합하고 발전시켜 차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만 22세의 학생이 만든 농촌 기업은 저장대·상하이자오퉁대 등 5개 대학·대학원과 산학연 협력을 체결했고 창업 과정은 지난해 중국 중앙(CC)TV에도 향촌진흥의 모범 사례로 소개됐다.

루자촌 마을에는 610가구에 23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2011년 1인당 소득이 2만 위안(약 381만 원)이 채 되지 않다가 2022년 4만 9850위안(약 951만 원)으로 10여 년 만에 2.5배 이상 늘어났다. 취업난 속에 청년들은 창업의 기회를 얻었고 마을과 주민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달 23일 찾은 항저우시 와이퉁우 마을의 룽징차 차밭. 이 마을은 룽징차를 기반으로 한 예술가촌을 만들어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찾은 항저우시 와이퉁우 마을의 한 관계자가 특산품인 룽징차를 활용한 다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 마을은 룽징차를 기반으로 한 예술가촌을 만들어 관광 산업을 활성화해 중국식 ‘새마을운동’인 향촌진흥을 실현하고 있다.

26일 찾은 샤오싱시는 2500년 넘는 유구한 역사의 중국 전통주 ‘황주’로 유명한 마을이다. 2016년 건설된 황주 테마파크에는 연중 남녀노소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황주를 소재로 라테·아이스크림 등을 만들어 파는 카페에는 여행자들이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샤오싱시 선전부의 왕덩은 “샤오싱은 물론 중국을 대표하는 황주를 세계로 알리려 하고 있다”며 “일본에 이어 12일에는 서울에서도 품평회를 연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진화시 화위엔촌도 저장성에서 향촌진흥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현대식 농업과 함께 고급 가구의 대명사인 홍목 가구를 판매해 여느 대도시 못지않은 마을로 변모했다. 화위엔촌은 1978년 1인당 연간 소득이 87위안(약 1만 6000원)에 불과했는데 2022년에는 16만 5000위안(약 3145만 원)까지 늘어 대표적인 부촌 마을이 됐다.

지난달 26일 찾은 저장성 진화시 화위엔촌의 현대식 농업 시설. 빈곤에 시달리던 화위엔촌은 농업의 현대화를 통해 소득 수준이 빠르게 성장했다.
글·사진(항저우)=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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