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실패도 용인해야 바이오 혁신"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노우리 기자 2023. 5.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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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가능성 없이 성공할 방법은 없습니다. 실패를 자유롭게 수용하는 방식으로 정부·기업·대학이 합심해서 나아가야만 한국의 첨단바이오 산업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게릿 스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 교수 겸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바이오 분야는 빠르게 성장 중이고 특히 바이오의약품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보자면 바이오 학계와 산업계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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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세션 강연자 인터뷰-게릿 스톰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
제조분야 대비 신약개발 힘 못써
연구자 창업 통해 산학연 협력을
게릿 스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서울경제 DB
[서울경제]

“실패할 가능성 없이 성공할 방법은 없습니다. 실패를 자유롭게 수용하는 방식으로 정부·기업·대학이 합심해서 나아가야만 한국의 첨단바이오 산업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게릿 스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 교수 겸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바이오 분야는 빠르게 성장 중이고 특히 바이오의약품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보자면 바이오 학계와 산업계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제조 분야에서는 일정 수준에 도달했지만 신약 개발과 같은 혁신 측면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이 같은 산학 간 격차에 있다는 뜻이다.

스톰 교수는 UC샌프란시스코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명예교수 등을 역임하며 지질나노입자(LNP)의 1세대 격인 암 치료를 위한 리포솜 연구를 수행해왔다. 현재는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 교수를 겸임하며 생물약제학, 나노 규모의 표적 약물 전달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여러 바이오 스타트업에도 몸을 담았다. 600여 편의 논문을 기반으로 기술사업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강력한 항종양 효과를 가진 면역 치료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아유반트(Ayuvant)’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스톰 교수는 한국의 의료비 지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태계 혁신을 일으킬 만한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1년 한국의 총 의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8.8%를 차지했고 고령화 등 인구통계학적 문제 역시 암과 치매 등의 질병과 관련이 있다”며 “영향력이 큰 기초연구뿐 아니라 이를 인간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기술로 어떻게 전환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스톰 교수는 한국의 바이오 연구 평가 과정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실패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의 바이오 학계는 영향력이 큰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으며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모두 많은 요구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실패를 피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과제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학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구비 지원 평가 과정이 위험 회피 성향을 가져 한국의 연구 환경에서는 위험 감수가 불가능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선도적인 바이오 기업들이 제조 분야와 비교해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역시 여기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 창업 등을 통한 혁신 촉진이 산학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길이라고 봤다. 스톰 교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네덜란드와 싱가포르 연구 환경에 대해 “양국 정부는 연구자가 창업할 경우 초기 단계 자금 지원에 적극적”이라며 “연구실의 과학기술을 사회적 이익으로 전환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방향으로 생태계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로부터 시작되는 학술·임상, 학술·산업 협력 문화가 네덜란드에서는 매우 잘 확립돼 있다”며 한국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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