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빠른 고령화도 강점 활용 가능···뇌질환 연구·투자 늘려야"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치매 등 질환 늘어 시장 잠재력 커
첨단기술 갖춘 한국, 유리한 위치
전세계적으로도 뇌건강 수요 높아
신경계 질환 투자땐 '글로벌 리더'
“한국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연구개발(R&D)에도 강점이 있기 때문에 뇌 건강 진단·치료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에 유리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뇌 건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는 만큼 신경계 질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면 뇌 의료 분야에서 충분히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뇌 관련 디지털헬스 기업 리액트뉴로(REACT Neuro)의 창업자인 숀 파텔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은 인구 고령화와 뇌 질환 증가 등으로 뇌 건강 진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텔 CEO는 미국 보스턴대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신경학과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7년 리액트뉴로를 세운 데 이어 2018년 벤처캐피털사인 DRADS를 공동 설립했다.
리액트뉴로는 파텔 CEO가 하버드대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만든 기업으로 뇌 노화 부문의 최고 석학인 루돌프 탄지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신경학과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음성인식과 안구 추적 등으로 뇌 관련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파텔 CEO는 “뇌 기능 추적 기술은 신경 장애나 인지력 저하가 생겼을 때 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며 “뇌 기능 조기 진단만으로 평균수명을 급격히 늘릴 수는 없더라도 삶의 질은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액트뉴로의 디지털헬스 플랫폼은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적외선카메라로 안구의 움직임을 살피고 음성을 인식해 언어의 미묘한 차이까지 포착함으로써 뇌에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은 물론이고 우울증과 심한 스트레스성 장애까지도 진단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치매 등 특정 상태에서 신경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해 게임으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위험한 외과 수술 없이도 디지털 치료가 가능한 셈이다. 파텔 CEO는 “몰입형 게임으로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하는 방식을 전통적인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과 병행하면 종합적인 뇌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파텔 CEO는 전 세계적으로 치매 등 뇌 관련 질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뇌 건강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가 2030년 78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1억 39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텔 CEO는 “전 세계적으로 뇌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요구에 맞는 새로운 혁신이 요구될 것”이라며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뇌 건강을 복지로 여기면서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도 복지 향상 차원에서 뇌 질환 예방과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자폐증·조현병 등 뇌 신경이나 정신 질환은 개인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사회 전반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뇌 질환에 대한 예방과 조기 질환에 집중해야 이로 인한 장기적인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복지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뇌 질환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게 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한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앞서 있는 만큼 뇌 관련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인구 고령화로 뇌 질환을 겪는 환자도 늘어나면서 관련 치료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파텔 CEO는 “한국은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 뇌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해법을 찾아내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최고 수준의 과학자·연구원·의료문가들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뇌 질환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가진 강점을 활용하려면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뇌 건강 관련 전문인력 양성도 주문했다. 파텔 CEO는 “신경계 질환의 연구 투자를 늘려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뇌 건강 문제까지 찾아내 치료법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기관과 연구소·기업 등이 협업한다면 한국인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리액트뉴로는 이미 국내 기업인 로킷헬스케어와 손을 잡았다. 파텔 CEO는 “리액트뉴로가 개발하는 디지털헬스 플랫폼을 로킷헬스케어가 가진 다양한 서비스나 한국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경쟁력 등과 결합해 한국 뇌 건강 시장에 필요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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