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은 스위퍼, 궤적은 슬러브, 타깃은 3관왕···NC 페디의 ‘유쾌한 일요일’
올시즌 NC의 새 외국인투수 에릭 페디(30)은 KBO리그에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에 지저분한 볼끝은 지저분하다. 여기에 다채로운 변화구에 제구도 안정적이다. 어디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투수다.
페디는 결과로 말하고 있다. 10개 구단 외국인투수 가운데 넘버1 지표를 보이고 있다. KBO리그 최고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안우진(키움)과 주요 부문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현재는 앞서가는 흐름을 타고 있다.
페디는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원정 키움전에서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6안타(1홈런) 2실점만 하면서 팀의 6-4 승리를 이끌고 시즌 6승(1패)째를 거뒀다. 페디는 이날 나란히 승리를 추가한 아담 플럿코(LG)와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면서 평균자책 1.26로 부문 1위를 굳건히 유지했다. 또 탈삼진 7개를 추가해 부문 선두인 안우진(66개)을 3개 차로 추격했다.
페디는 밸런스가 썩 좋지 않은 날도 이른바 돌아갈 수 있는 ‘비상구’가 있다. 이날 키움전에서는 패스트볼이 마음 먹은 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만의 톡특한 구종인 ‘슬러브’를 집중 사용했는데 그게 잘 통했다.
투구분석표에 따르면 페디는 투구수 99개를 기록한 가운데 포심패스트볼은 4개만 던졌다. 여기에 투심패스트볼 20개와 컷패스트볼 15개를 던졌는데 직구 계열의 공을 모두 더해도 39개에 불과하다. 페디는 체인지업을 16개 던진 가운데 ‘슬러브’를 44개나 던졌다.
투구분석표에 해당 구종이 슬러브로 표시되고 있는 것은 구속이 평균 131㎞로 기록되며 커브와 슬러브 중간 형태의 궤적을 그리기 때문이다. 페디는 이 공을 ‘스위퍼’라고 부른다. 이날 경기 뒤 “어떻게 분류되든 나는 ‘스위퍼’라고 생각하고 던진다. 스위퍼 그립을 쥐고 던지는데 떨어지는 궤적이 나올 뿐이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스위퍼 그립은 실밥 두개 엄지와 검지를 나란히 걸치는 투심 그립이다. 미국프로야구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의 스위퍼 그립이기도 하다.
사실 스위퍼든, 슬러브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결정구로 쓸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인데 페디는 다른 구종이 좋지 않은 날에는 스위퍼를 앞세워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이날 피칭 레퍼토리에 대해서는 “다른 구종이 힘을 쓰지 못해 스위퍼를 더 많이 던졌다”고 말했다.
페디는 다승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에 우선 의미를 뒀다. “기본적으로 팀이 이겨야 따라오는 기록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야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도전 여건이 마련된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탈삼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페디는 “당연히 원한다. 해보고 싶다”면서도 “리그에 좋은 투수들이 많다. 그 안에서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C는 페디의 호투를 발판으로 한주의 마지막인 일요일 산뜻하게 연패를 끊고 새 주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강인권 NC 감독은 경기 뒤 “선발 페디가 에이스답게 6이닝을 책임지며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줬다”고 칭찬했다.
고척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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