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양현종의 고독했던 싸움…공격도 수비도, 162승 달성을 돕지 않았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대투수' 양현종(KIA 타이거즈)가 KBO 통산 최다승 '단독 2위' 등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타선은 물론 수비의 도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고독한 싸움을 벌였다.
양현종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6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투구수 104구, 10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9일 SSG 랜더스전에서 '에이스' 김광현과 맞대결을 펼친 양현종은 8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KBO리그 통산 161번째 승리를 손에 넣었다. 당시 승리로 양현종은 역대 최다승 2위에 올라 있는 정민철(前 한화 이글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최다승 '단독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였다.
김종국 감독은 14일 경기에 앞서 "당시 8이닝을 던졌지만, 투구수는 101구였다. 일단 오늘(14일)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젊은 투수라면 좀으로 붙으라고 하겠지만, 일주일에 두 번 던지는게 힘들다. 물론 길게 가면 좋겠지만 6이닝 정도만 던져줬으면 좋겠다. 올 시즌 길게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웃으며 부담을 덜어 줄 뜻을 드러냈다.
주 2회 등판. 양현종의 투구 내용과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초반엔 노련미가 빛났다. 1회 무실점 스타트를 끊은 양현종은 2회말 허경민과 김민혁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2, 3루의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타자 송승환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더니 조수행과 이유찬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첫 번째 위기를 극복했다.
3회도 마찬가지였다. 양현종은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더니, 박계범에게 안타를 내주며 다시 한번 실점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위기관리 능력은 또 한 번 빛났다. 양현종은 후속타자 양의지에게 땅볼을 유도한 뒤 병살타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고, 양석환까지 잡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왜 양현종이 KBO리그에서 161승을 쌓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문제는 4회였다. 양현종은 허경민을 삼진, 김민혁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는 등 이날 처음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송승환에게 2구째 139km 직구에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맞더니, 조수행에게도 140km의 직구에 안타를 내주며 이날 세 번째 위기 상황에 놓였다.
아무리 양현종이지만 세 번째 위기는 쉽지 않았다. 양현종은 두산의 '9번 타자' 이유찬에게 볼-스트라이크-볼-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등 볼카운트 2B-2S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6구째 128km 체인지업이 떨어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으로 형성되는 실투가 됐고, 이를 놓치지 않은 이유찬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단 한 점에 불과했지만, 경기의 흐름상 매우 치명적인 실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KIA 좌익수 고종욱이 이유찬의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포구 실책을 범한 것. 2사 1, 2루가 됐어야 할 상황은 2사 2, 3루로 이어졌다. 하지만 양현종은 정수빈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양현종은 숱한 위기 속에서도 최소 실점의 투구를 선보여나갔지만, 타선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참으로 야속한 타선이었다. KIA는 2회 2사 1, 2루-3회 2사 1, 3루-4회 무사 2, 3루-5회 2사 1, 2루까지 총 네 번의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지만, 결정적인 찬스에서 등장한 해결사는 없었다.
묵묵히 마운드에서 사투를 벌이던 양현종은 결국 6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김선빈의 실책에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 양현종은 무사 1루에서 김민혁에게 3루수 땅볼 유도에 성공했다. 병살타로 연결될 수 있는 타구. 하지만 여기서 류지혁(3루수)의 송구에 김선빈(2루수)이 포구 실책을 저질렀고, 모든 주자가 살았다.
양현종은 이어지는 1사 2, 3루에서 조수행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내주며 2실점째를 기록하게 됐고, 실점 위기에서 만난 이유찬에게 다시 한번 적시타를 맞은 후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수가 양현종에서 최지민으로 바뀐 이후에도 김선빈의 아쉬운 수비가 잇따라 발생했고, 양현종의 162번째 승리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수 많은 위기를 극복했던 양현종이지만, 타선의 침묵과 불안한 수비를 극복하고 승리를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행히 교체된 후 타선이 4점을 뽑아내면서 패전을 면했던 것이 양현종 개인의 입장에서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팀은 결국 5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KIA 선발 양현종이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기아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1회말을 무실점으로 끝낸 뒤 한승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