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능력 없는 정신장애인” 말한 보건소장, 인권위에 진정 제기돼
서울 서대문구 장애인 부모회 전 회장이자 발달장애인 딸을 둔 김혜미씨(57)는 지난 4일 서대문보건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보건소장이 지난 3월 서대문구의회에 출석해 ‘한마음의집 고발 사건’과 관련해 답변하던 중 ‘판단 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이라며 장애인 폄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서대문보건소는 지난 1월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한마음의집’의 최동표 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최 원장은 시설 입소 기간이 끝난 장애인 3명과 시설 2층에 있던 공실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는데, 보건소는 이를 ‘시설 외 수용관리’라고 보고 최 원장이 정신건강복지법 72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정신장애인의 수용 및 가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서대문구의회 본회의에선 지난 3월23일 보건소의 고발 취지에 대한 구정 질문이 나왔다. 당시 서호성 서대문구의원은 박선정 보건소장에게 “(정신건강법 72조의) 위법 취지는 정신장애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서 수용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 조항인데 한마음의집 사례가 해당한다고 보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박 보건소장은 “(보건소는) 조사권이 없어서 경찰에 조사해달라고 고발했다”며 “시설장이 판단 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에게 1인당 60만원의 월세를 받는 조건으로 5년 기간이 지났는데 계약서 4개를 발견했다”고 답했다. ‘판단 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임을 확신하냐’는 질문엔 “수년 동안 정신질환자를 진료했다”고 답했다.
한마음의집 2층에 살던 장애인 당사자들의 위임을 받아 진정을 제기한 김씨는 진정서에서 ‘판단 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이란 표현을 지적하며 누구든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주는 표현을 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김씨는 통화에서 “이분들은 스스로 분명히 판단할 수 있는 분들이고 (임대차 계약은) 보호자와 본인의 동의를 받고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19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오수미씨(54)는 “(해당 발언이) 장애인은 스스로가 자기 권리를 옹호할 수 없는 것처럼 단정했다”면서 “보건소장이란 지위에 있다면 더 많은 (장애 인권)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애인 당사자와 사회복지사 등 시민 974명의 연서명을 진정서와 함께 제출했다. 이들은 “적법한 임대차계약을 수용·관리로 보는 것은 과잉행정”이라며 “(고발 등) 행정조치를 하기 이전에 갈 곳 없는 시설 퇴소자를 위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서대문구 보건소는 김씨가 보건소장의 발언에 대해 넣은 민원에 “(한마음의집에서) 관리받았던 정신질환자에 대해 의사로서 말한 것일 뿐 일반적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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