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군부정권 끝내자"… 태국 변화 열망 뜨겁지만 '산넘어 산'
출구조사서 범야 62% 득표 불구
정권교체 필요한 75%엔 미달
연정 구성·군부 입김 등 변수
2014년 쿠데타 이후 이어진 군부정권 시대의 종식과 민주정부 출범 여부를 결정지을 태국 총선 본투표가 막을 올렸다. 쿠데타로 두 차례나 축출됐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일가 등을 주축으로 한 야권의 지지세가 압도적이었던 여론조사 결과대로 태국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방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의 차기 총리와 의회 권력 지형을 결정짓게 될 총선 본투표가 이날 오전 8시부터 개시됐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EC)에 따르면 총 유권자 수는 5200만명이며, 예상 투표율은 85%다. 지난 7일 실시된 사전투표에는 유권자 200만명이 참여했다. 본투표는 오후 5시에 종료되며, 오후 11시께 비공식 개표 결과가 발표된다.
총선 국면 속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의 압승이 예상된다. 특히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총리 후보로 나선 제1야당 프아타이당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태국 매체 네이션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프아타이당 지지율은 39.83%로 1위를 기록했으며, 총리 후보 지지율에서도 패통탄 후보가 선두를 달렸다.
탁신계 정당은 2000년대 이후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을 정도로 막강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모든 성인에게 1만바트(약 39만5700원) 지급 등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은 것도 높은 지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인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이끄는 제2야당 '전진당(MFP)'도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네이션 여론조사에 따르면 MFP의 정당 지지율은 29.18%로 2위다. MFP는 왕실모독죄·징병제 폐지 공약을 비롯해 태국 보수 기득권의 상징인 입헌군주제 개혁을 약속하면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41.9%가 41세 이하인 태국에서는 젊은 층 표심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반면 군부의 지지를 등에 업은 여당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한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지지세가 약하다. 2014년 쿠데타 후 9년간 집권한 RTSC 소속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는 경제 활성화를 등한시하고 2020년 수도 방콕에서 진행된 민주화 시위를 가혹하게 탄압하면서 민심을 잃었다. NYT는 "많은 유권자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민주적 통치를 회복하고 쁘라윳 총리가 도입한 권위주의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야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범야권이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즉시 정권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군부는 2017년 헌법을 개정해 상원의원 250명 전원을 군부가 임명할 수 있게 하고, 하원의 500석만 선출 대상으로 규정했다. 총리 후보 선출엔 상하 양원 총의석의 과반수인 376석을 확보하도록 했다. 군부 입김이 강한 상원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야권은 하원에서만 의원 376명의 지지가 필요하다. 프아타이당과 MFP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뒤 야권 연대에 성공한다고 해도 정족수를 넘기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를 봐도 정권교체 여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네이션이 이날 하원 의원 400명을 선출하는 지역구 투표 종료 직후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이 32.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야당 MFP의 득표율은 29.4%다. 100명을 뽑는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프아타이당의 득표율은 32%, MFP가 29.7%로 집계돼 지역구 조사와 비슷했다. 투표 결과가 출구조사와 동일하게 나온다면 범야권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되지만 정권교체에 필요한 의석 점유율인 75.2%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프아타이당이 여당인 RTSC와 손잡고 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태국 헌법하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뿐 아니라 현 쁘라윳 총리가 탁신 전 총리 재임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는 인연도 있어서다. 만일 두 정당이 손잡을 경우 권위주의 통치를 몰아내길 바랐던 태국 민심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총선 이후 정국이 격랑 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민주 진영이 하원에서 376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여야 간) 어색한 동거가 불가피하다"며 "이는 민심의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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