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예산으로 빨간 칠 하는데 ‘컬러풀 서울’ 타령”···레드로드 선포식에 뿔난 주민들
주말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에서 열린 ‘레드로드 페스티벌’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선 안전예산을 투입한 사업으로 구청장이 ‘치적’을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마포구청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홍대 어울마당로 부근에서 ‘레드로드’를 공식 선포하는 페스티벌을 열었다. 13일 개막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오 시장은 박강수 마포구청장과 함께 행사장에 조성된 캘리그라피 체험 부스와 트로트 가수 이찬원의 공연 등을 둘러보고 축사를 했다.
오 시장은 축사에서 “레드로드 소식을 듣고 ‘구청장님 감각이 좋다’ 싶어 박수를 쳤다”면서 “다른 데서도 따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서울 시내가 컬러풀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포구와 소각장 신규 건립을 두고 갈등해 온 오 시장은 “솔직히 마포구에는 제가 좀 죄인”이라면서 “여러 마포구 사업에 마음을 나누고 있다, 마포구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하겠다”고 말했다.
‘레드로드’는 마포구가 경의선숲길부터 홍대, 당인리발전소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빨간색을 중심으로 디자인해 관광특화거리로 구상하겠다고 밝힌 사업이다. 마포구는 도로에 빨간색 미끄럼 방지 페인트를 칠하고 가로등 곳곳에 레드로드를 표기한 붉은 시트를 부착해왔다.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시가 다중인파 밀집 지역 관리를 위해 교부한 예산을 투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서울시장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레드로드를 일방적으로 치켜세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레드로드 인근에 거주하는 백승옥씨(45)는 14일 “홍대는 평지인데 미끄럼 방지 칠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서울시가 내린 안전예산으로 마포구가 논란이 되는 사업을 하면 시장이 바로잡아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백씨는 “레드로드 조성을 위해 주차장 자리가 콘크리트로 메워진 것을 보고 구청에 나무를 심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었다. 그런데 어제 행사에는 연예인을 불렀다”고 했다. 백씨는 나무 그늘이 사라진 탓에 다가오는 여름 무더위가 걱정된다고 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원래 잘 있던 길에 빨간 페인트칠하고 자기 것인 양 행세하는 모양새” “구청장은 오늘 연트럴파크(연남동)까지 행사하러 온 것 같던데 ‘책소동’ 좀 들리지. 레드로드 저런데나 세금 쓰고” 같은 비판이 보였다. ‘책소동’은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 입주한 출판인들이 센터를 알리고 일방적으로 운영 방침을 변경하는 구청의 행정을 공론화하고자 지난 13일 개최한 행사를 가리킨다.
레드로드 페스티벌과 마포 책소동에 모두 참가했다는 음악가 박종윤씨(37)는 “홍대에서 19년간 활동한 사람으로서 창작자들이 일궈온 홍대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레드로드로 훅 깔아버리는 것에 공감할 수 없다”고 했다. 박씨는 “보여주기식 거대 설치물로 도시를 구성할 때 서울과 마포가 더 좋은 곳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홍대 특유의 자유분방한 정체성을 만들어 온 독립출판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차 밀려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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