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권 대구 감독"세드가 빠진 광주 원정승 예상 못하셨겠지만,우린 믿었죠"#대구라는자부심#세진야[K리그 인터뷰]

전영지 2023. 5. 14.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원권 대구FC 감독

"우리에겐 힘들 때 버티는 힘이 있다. 우리가 광주 원정에서 이길 거라 생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최원권 대구FC 감독이 13일 광주 원정에서 짜릿한 2대0 승리를 거둔 후 어려움 속에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낸 선수들을 향한 신뢰와 감사를 전했다.

대구는 13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광주 원정에서 후반 19분 박세진의 선제골, 후반 33분 고재현의 쐐기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지난달 16일, 7라운드 '대팍'에서 0-3의 스코어를 3-3까지 따라붙고도 3대4로 분패했던 아픔을 설욕했다.

이근호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2004년생 박세진의 데뷔골을 1999년생 영건 고재현, 2002년생 황재원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FC
박세진의 데뷔골 직후 함께 기뻐하는 고재현, 황재원. 사진제공=대구FC

세징야, 에드가, 케이타, 홍정운 등 주전들이 부상으로 대거 빠진 위기, 최 감독은 '베테랑' 이근호, 홍 철과 '영건' 고재현, 황재원, 박세진 등 토종선수 11명으로만 선발 명단을 꾸렸다. 이날 18명의 출전명단 중 2000년대생이 이진용, 황재원, 김영준, 박세진(이상 선발), 서도협, 이원우 등 무려 6명, U-22 선수가 황재원, 박세진, 이진용, 서도협, 이원우 등 5명에 달했다. 85년생 이근호, 90년생 홍철, 93년생 김진혁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았다. 최 감독은 "전반 광주를 수비하는 데 소통이나 조직력을 고려했다. 전반 어려움이 있었지만 버티고 나니 힘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전반 광주의 공세에 막혀 단 한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잘 버텨내고 나니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분위기가 바뀌었다. 베테랑과 영건의 조화가 눈부셨다. 투혼의 이근호가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광주 수비를 압박했고, 측면에선 홍 철이 날선 크로스와 패스를 쏘아올렸다. 김진혁, 김강산, 이진용 등 수비수들이 육탄방어로 나섰고, 고재현, 황재원, 박세진이 중원과 최전방을 바지런히 오가며 치열하게 맞섰다. 후반 투입된 바셀루스가 측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흐름이 살아났다. 박세진, 고재현의 연속골이 터졌다. 2004년생 박세진이 리그 데뷔골, 2001년생 이진용이 고재현의 골을 도우며 프로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최 감독은 "아마 우리 명단을 보고 광주 원정을 이길 거라 생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을 것"면서 원팀의 힘으로 일궈낸 반전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길 거라 믿고 준비했다. 선수들에게도 그 부분을 강조했다. 그걸 증명해준 우리 선수들이 대단하다"며 감사를 표했다. "바셀루스와 이근호를 두고 선발을 고민하다, 전반 밸런스와 조직적인 수비, 결정력, 홍 철과의 호흡을 고려해 (이)근호를 선발로 냈다. 근호는 모두 아시다시피 체력을 아끼지 않고 매경기 모든 걸 다 쏟아내는 선수다. 이후 바셀루스를 투입하며 흐름이 넘어왔다"며 미소 지었다.
박세진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열아홉 살 전천후 미드필더' 박세진의 데뷔골 활약에도 흡족함을 표했다. '대구의 왕' 세징야를 빗대 팬들은 박세진을 '세진야(세진+세징야)'라고 부른다. 최 감독은 "세진이는 창의적이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다. 공 차는 기술, 테크니션으로 치면 거의 세징야와 동급"이라고 칭찬했다. "세징야가 잘 '재끼는(제치는)' 스타일이라면 이 친구는 모드리치처럼, 빠른 선수가 아닌데도 영리하게 볼을 잘 다루는 선수"라고 평했다. "어린 선수들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경험을 쌓게 되면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날 최 감독은 후반 신예 박세진을 원톱으로 올려쓴 과감한 전술에 대해 "수비에서 공격전환시 빌드업에 어려움이 있는데 세진이가 가운데서 버텨주는 부분을 기대했다. 발밑에 갖다주면 볼을 잘 뺏기지 않는다. 올라가서 한 사람만 제치면 큰 찬스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세진이는 어리지만 플레이가 어리지 않다. 경기장 안에선 프로페셔널이다.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않고 홈에서도 원정에서도 자기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선수로, 지도자로 수많은 어린 선수들을 겪어본 최 감독은 실력만큼 인성과 태도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세진이는 교체로 경기를 뛰고 다음날 2군 경기를 나가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하는 선수다. 발전하려는 겸손한 자세,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실력만큼 중요한 건 태도란 걸 잊지 말고, 오늘 같은 경기를 통해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2002년생 황재원에 이어 올해 2004년생 박세진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활약을 보여주는 데 대해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조광래)사장님과 (성호상)강화부장 등 스카우트팀이 경기를 직접 보고 확인해 유망주를 발굴한다. 우리는 자금력으로 비싼 선수를 데려오거나 이적시장에서 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팀은 아니지만 재능을 가진 선수를 잘 찾아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팀이다. (황)재원, (박)세진같은 선수들이 두세 명만 더 있으면 숨통이 트일 것같다"며 웃었다. 포항과의 무승부, 광주전 승리에 이어 대구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있다. 최 감독은 "세징야가 대전전엔 돌아올 수 있을 것같다. 한달 가까이 쉬어 풀타임은 어렵겠지만 상황을 살펴볼 생각"이라고 했다.
홍철 사진제공=대구FC
고재현에 쐐기골에 기뻐하는 대구 동료들. 사진제공=대구FC

위기를 이겨내는 끈끈한 대구의 힘은 리그 최강의 '신구 조화'에서 나온다. 최 감독은 "스무 살 넘게 차이 나는 진짜 프로페셔널, 이근호, 이용래, 홍 철 같은 선배 선수들을 보면서 후배들이 절로 배우고 성장한다. 경기장이나 훈련장에서 '팀을 위해 헌신한다'는 원칙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이것이 대구의 팀 컬러이자 DNA라고 생각한다"며 '대구라는 자부심'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