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도 잔디도 못 말린 임성재... 우리금융챔피언십 5타차 역전승
낮과 밤이 정반대인 시차도, 미국과는 다른 익숙하지 않은 잔디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임성재(25)를 막을 수 없었다.
임성재가 1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5타 차 역전승을 이뤘다. 임성재는 3라운드까지 선두 최진호에게 5타 뒤진 공동 4위였으나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2위 이준석(35)을 1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았다.
임성재는 3년 7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나섰는데 그때도 대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에게 7타 뒤진 공동 5위였다가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대회 출전을 위해 귀국했다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발걸음을 돌린 바 있다.
임성재는 지난 8일 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을 마치고 9일 오후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열렸던 노스캐롤라이나와 시차는 한국이 13시간 빠르다. 낮과 밤이 정반대라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임성재는 10일 공식 연습라운드 한 번 돌고 대회에 나섰다. 임성재는 “공이 잔디 위에 약간 뜨는 한국 잔디에서 거리 조절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임성재는 첫날 고전 끝에 공동 24위로 출발해 2라운드 공동 8위, 3라운드 공동 4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임성재는 이날 최종 라운드 6·8번홀에서 보기를 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9번홀(파5) 버디를 시작으로 타수 줄이기에 나섰다. 임성재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순위표를 보니 선두로 나선 이준석 프로님과 타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11번홀(파4)에서 버디, 12번홀(파5)에서 이글, 13번홀(파4)에서 버디 등 3개 홀에서 4타를 줄이며 이준석(35)과 공동 선두에 나섰다.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5·605야드)에서 갈렸다. 임성재가 1.5m 버디 퍼트에 성공했으나, 이준석이 그보다 가까운 1m 남짓한 거리에서 버디 퍼트에 실패했다. 임성재는 티샷이 332야드가 날아갔으나 러프에서 친 샷이 그린 주변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홀까지 41야드를 남기고 친 까다로운 벙커 샷을 홀 가까이에 붙여 승부를 결정짓는 버디로 연결했다. 이날 코리안투어로는 드물게 1만1000여명의 팬이 몰리는 등 나흘간 2만148명의 팬이 임성재와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펼치는 샷의 향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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