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K푸드에 기회의 땅!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 한 대형마트. 주말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여성 판촉원이 쟁반 위에 커피와 콤부차 음료를 들고 다니면서 시음을 권하고 있다. 가만히 보니 아주 낯익은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세계 4위의 커피 생산 대국에서 국내 커피회사가 현지인들을 상대로 시음행사를 하는 모습이 꽤나 신선하다.
눈길이 닿는 매장 곳곳에 '한글' 상품이 진열돼 있다. 가공식품 한편은 아예 한국 라면이 독차지했다. 라면부터 짜장면, 볶음면 등 종류도 많고 브랜드도 다양하다. 국산 고추장과 된장은 물론 멸치액젓, 까나리액젓에 매운 닭발 양념까지 보였다. 듣던 대로 국산 딸기와 배에는 각각 미국산과 중국산에 비해 비싼 가격표가 달려 있다.
동남아에서 K푸드가 인기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작년 인도네시아로 수출된 농수산식품은 총 3억1800만달러에 달했다. 3년 새 61% 늘었다.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참치캔과 김, 라면, 딸기, 김치 등이다. 참치캔은 장기 보관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고, 김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지 조미김 생산업체로 원료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라면과 김치는 할랄인증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국민의 87%가 이슬람 교도로 전 세계에서 무슬림 숫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인도네시아에서 K푸드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K팝과 K드라마, K무비 등 K컬처에 대한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이 가장 큰 배경이다. 여기에 한식이 가진 건강식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라면 같은 간편 조리식의 맛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더해지면서 K푸드가 젊은 층의 새로운 음식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실 전체 인도네시아 수출액이 작년 102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농식품 수출은 아직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경제의 미래 잠재력을 감안할 때 숫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구가 2억75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의 최대 강점은 출산율(2.4명)이 높아 젊은 층 인구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전체 인구 중 MZ세대 비중이 54%에 달한다. K컬처에 흠뻑 빠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K푸드 저변이 확대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은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700달러로 낮은 수준이지만 작년 성장률이 5.3%에 이를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양질의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합리적 예상이 가능하다.
올해 들어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무역적자도 커지고 있지만 그래도 농식품 분야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K푸드 글로벌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인도네시아처럼 내수시장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에 공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때마침 자카르타에서 15~16일 개최되는 매경 인도네시아 포럼에서는 양국 간 농식품 협력이 주요 주제로 다뤄진다. 새롭게 떠오르는 '청년국가' 인도네시아에서 불고 있는 K푸드 열풍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할랄인증이나 수입가공식품등록(ML) 등 수출 여건 마련에 세심한 정성을 들여야 할 때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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