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투표 시작…에르도안 장기집권 종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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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튀르키예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1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대표가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상황이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서방국과 관계회복에 주력하겠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당선되면 친 러시아 외교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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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 득표 나올까…없으면 28일 결선 투표
물가 85% 폭등…경제 실정 심판 최대 화두
친 러시아 외교 보인 튀르키예…서방도 주시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차기 튀르키예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1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대표가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상황이다. 2003년 이후 20년간 이어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종결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폴리트프로(Politpro)가 지난 30일간 시행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클로츠다로을루 후보(48.9%)가 에르도안 대통령(43.2%)을 5%포인트 앞서고 있다. 튀르키예는 선거 결과 어느 한 후보가 50% 이상 득표율을 얻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선거 초반만 해도 28일 결선투표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또 다른 야권 후보인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지지율 5%)가 지난 11일 전격 사퇴로 야권 표 분산 우려가 사라지면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표가 몰려 1차 투표에서 차기 대통령이 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실정에 대한 심판이다. 튀르키예의 경제 상황은 최악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진까지 발생하면서 더욱 악화됐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2013년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고, 물가는 지난해 10월 전년 대비 85% 이상 상승하면서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최근 온라인 연설에서 양파를 들고 “지금 양파 1kg에 30리라(약 2000원)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계속 집권한다면 100리라도 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회복하고 에르도안 정부의 비정통적 경제 정책을 철폐할 것을 약속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소득층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정년 요건 폐지로 조기 연금 수령을 가능하게 하고 최저임금과 공공 근로자 보수를 대폭 인상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한 달간 가정용 가스를 무상 공급하고, 학생들에게 무료 인터넷 데이터도 제공하는 ‘표퓰리즘’성 공약도 대거 제시했다.
경제 위기로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청년층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쏠리는 반면, 50대 이상 장년층은 여전히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외신들은 유권자의 15~20%를 차지하는 쿠르드 족의 도 이번 선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친(親) 쿠르드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이번 대선에서 야당 단일 후보 진영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도 이번 튀르키예 선거를 유심하게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튀르키예가 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계속 반대하고 있고, 대러 제재에 불참하는 등 친러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서방국과 관계회복에 주력하겠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당선되면 친 러시아 외교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튀르키예 대선 결과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이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에르도안의 실각을 기뻐할 거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불복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주요 선거 때에도 결과에 불복하고 재선거를 요구한 적이 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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