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때 이른 폭염…전 세계 닥친 기후변화 위기
지구촌 전역이 때 이른 폭염으로 들끓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전례 없는 수준의 고온 현상이 닥쳤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 북서부 해안 지역에 벌써부터 폭염이 덮쳤다. 미 기상청은 이날 시애틀과 포틀랜드 등 북서부 해안 도시 권역을 포함한 워싱턴주·오리건주 서부 지역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특히 포틀랜드는 이날 오후 최고 기온이 34.4도에 이르고, 14일에도 33.9도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보돼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28.9도를 기록한 시애틀 역시 14일에는 32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기존 최고 기록(29.4도)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 호아킨 밸리 지역에서도 15일 기온이 30도 중후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돼 폭염주의보가 발효된다.
역시 태평앙 북서부에 위치한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때 이른 폭염으로 인해 수십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해당 지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비영리 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태평양 북서부에서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2~5배 더 높아졌다. 이 지역은 원래 온화한 날씨로 유명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상 기후로 폭염 피해가 잦아지면서 냉방 설비 확충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시애틀에 있는 가정 중 약 53%만이 에어컨을 갖추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페인 남부 지역은 4월 온도가 이미 40도에 육박하면서 40년 만의 최고 더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스페인 세비야의 기온은 40도까지 올라갔고, 27일 코르도바는 38.8도를 기록하면서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4월 말 스페인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평년보다 최고 기온이 5도~10도 정도 높아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15도 이상 오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스페인 기상청 대변인 루벤 델 캄포는 “이번 4월의 기온은 기후변화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왕립 기상연구소도 “이렇게 극단적인 날씨는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했다”며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서 앞으로 더 강력하고 빈번한 폭염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은 극심한 기후변화로 심각한 가뭄 문제도 겪고 있다. 현재 스페인 영토의 27%가 가뭄 ‘비상’ 또는 ‘경보’ 단계에 속한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2일 22억유로(약 3조2084억원) 규모의 전례 없는 가뭄 대응 조치 계획을 승인했다.
동남아시아 지역도 기록적인 수준의 고온 현상을 겪고있다. 베트남은 5월 초 44도를 넘겨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태국도 14일 45.4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미얀마는 지난달 말 43.8도를 기록하며 58년 만에 최고 기온 기록을 넘어섰다.
싱가포르도 13일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아 5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이 밝혔다. 인도, 라오스 등에서도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 곳곳에 폭염과 홍수, 가뭄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WMO는 “예전에 극한으로 간주됐던 온도가 이젠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이전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기온이 극한의 새로운 정의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후 1.1도 상승했으며, 2030년대에는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난화 증가는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위험을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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