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역대 최고 투표율 예상···‘뜨거운 민심’ 어디로

김서영 기자 2023. 5. 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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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제1야당 프아타이당의 패통탄 친나왓 총리 후보가 총선 당일인 14일(현지시간) 방콕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군부 통치 10년을 심판하는 태국 총선이 14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역대 최고 투표율이 민주화를 향한 태국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증명했다. 이번 선거는 2014년 태국의 군부 쿠데타 이후 두번째이자 2020년 민주화와 군부 통치 종료, 개헌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세 손가락’ 시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총선이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선거관리위원회(EC)는 이날 치러진 총선의 최종 투표율이 8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46년 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로 기록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 7일 실시된 사전투표율은 90% 이상,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5일까지 진행된 재외국민 투표율은 80% 이상을 기록했다. 2019년 총선 최종 투표율은 74.69%였다.

이번 총선 유권자는 약 5200만명이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두 장을 받아 각각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표를 던졌다. 총 70개 정당에서 지역구 후보 4700명 이상, 67개 정당에서 비례대표 1880명이 출마했다. 이날 총선 결과에 따라 하원 500석(지역구 400석·비례대표 100석)이 정해지며, 총리 선출과 정부 구성 셈법이 달라진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태국 전문가 타이렐 하버콘은 “젊은 층의 투표율 증가와 군부통치의 폐해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이 이 이번 선거 결과를 결정할 핵심 요인”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간의 군부통치를 거치며 이전에는 배를 흔드는 데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도 지금은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 유권자들은 민주화와 더불어 경제적 문제 등을 주요하게 고려했다. 한 청년(23)은 크게 발걸음을 내딛는 동작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선택을 설명했다. 그는 “외국 자금이 태국 경제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권자(85)는 “이번 총선의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과거에 비해 재능 있는 많은 후보들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에 매우 희망적”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태국 총선이 열린 14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태국 방콕의 한 투표소 밖에 줄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선거 직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반군부 진영이 군부를 상대로 앞서 나갔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7)이 이끄는 제1야당 프아타이당과 이보다 좀 더 진보적 색채를 띠는 전진당(MFP·까우끌라이당)이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각 1·2위를 다퉜다. 이들은 군 개혁을 포함한 정치 개편을 예고했다. 반면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69)가 속한 루엄타이쌍찻당(RTSC)과 역시 쿠데타에 가담한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77)가 소속된 팔랑쁘라차랏당(PPRP)은 부진한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반군부 진영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이날 총선은 끝이 아니라 더 험한 정치적 타협과 논쟁의 시작이 될 전망이다. 2019년 군부가 법을 개정하면서,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상원 250석과 하원 500석을 합한 총 750석 중 과반 이상(최소 376석)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현재 상원은 군부가 지명한 이들로 채워져 있다.

한 당이 하원에서 단독으로 376석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상원 회유 및 군부 정당과의 연정이 필요해질 수 있다. 총선 후 군부와 연정을 이룰 가능성에 대해선 전진당은 강경한 반대 노선을 취하는 반면, 프아타이당은 좀 더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패통탄은 선거 전날인 지난 13일 상원에 관한 질문을 받자 “내가 상원의원이라면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할 것이다.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루엄타이쌍찻당(RTSC) 소속 총리 후보로 출마한 쁘라윳 짠오차 현 태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군부가 선거 결과에 소송을 제기해 새 정부 출범을 지연시키거나 정당 해산 등으로 응수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헌법재판소가 2019년 총선에서 크게 선전한 진보 정당 퓨처포워드당(FFP)을 해산한 전례가 있다. 퓨처포워드당은 전진당의 전신이다. AFP에 따르면 이달 23일 전진당이 법원 명령에 따라 해산될 수 있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반군부·진보 세력이 군주제 개혁에도 목소리를 내온 만큼, 이들이 승리했을 경우 태국 왕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변수다.

이날 선거 진행을 위해 태국 경찰청은 전국 약 9만5000개 투표소에 경력 14만7500명 이상을 배치했다. 특히 기존에도 치안이 불안정한 편인 태국 남부에는 보안조치가 강화됐다. 태국 선거법에 따라 선거 전날 오후 6시부터 선거 당일 투표 마감 후 1시간까지 주류 판매와 유통이 금지됐다.

태국 선관위는 투표 종료 이후 이날 밤 10시 이후 비공식·간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결과는 60일 이내로 발표된다. 7월쯤 총리 선출 및 연립정부 구성을 거쳐 8월쯤 새 정부가 출범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사전여론조사에서는 프아타이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겠지만, 하원 과반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은 지난 1~11일 실시한 마지막 사전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프아타이당이 하원 500석 중 164~172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진당은 80~88석을 확보해 제2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중도 세력으로 분류되는 품차이타이당이 72~8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팔랑쁘라차랏당(53~61석), 루엄타이쌍찻당(43~53) 등 친 군부 정당은 그 뒤를 이었다.

현지 매체 네이션이 이날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도 프아타이당과 전진당이 각각 1당과 2당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션은 비례대표로 프아타이당이 32.0%, 전진당이 29.7%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지역구 투표에서는 프아타이당 32.6%, 전진당 29.4%로 조사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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