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레드카펫에 왜 바짝 말라가는 꽃이어야 했는가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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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바짝 말라가는 꽃인가.
그것도 슬쩍 흘리는 상징이 아니라 사실적인 표현으로.
유리병에서 죽어가는 꽃을, 공기 중에 말라가는 머리와 물속에서 썩어가는 뿌리까지, 그 현상을 직시한 뒤 관조하듯 무심하게 그려냈더랬다.
"너무 흔해 지나치거나 어쩌다 한두 번 필요할 때만 찾게 되는 대상을 통해 일상의 '인상'을 사실적인 표현방식으로 전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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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는 꽃, 타버린 초, 찬바람에 쓰러진 잡초 등
무상한 일상 존재, 극사실기법으로 세세히 묘사
"일상의 ‘인상' 사실적 표현방식으로 전달하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왜 하필 바짝 말라가는 꽃인가. 그것도 슬쩍 흘리는 상징이 아니라 사실적인 표현으로. 레드카펫 같은 조형물 위에 꽂힌 노란 프리지어가 제 한철을 다 보내고 고개까지 떨군 걸 보고 있자니 말이다.
작가 오흥배(43)는 시들어가는 꽃, 다 타버린 초, 찬바람에 쓰러진 잡초 등, 무상한 일상의 존재에 주목한다. 그저 주목하는 정도가 아니라 극사실적 기법으로 세세하게 묘사하는데. 사실 프리지어의 ‘인상’(Impression·2023)보다 더 적나라한 작품도 있었다. 유리병에서 죽어가는 꽃을, 공기 중에 말라가는 머리와 물속에서 썩어가는 뿌리까지, 그 현상을 직시한 뒤 관조하듯 무심하게 그려냈더랬다.
시작은 ‘일상의 관찰’이란다. “너무 흔해 지나치거나 어쩌다 한두 번 필요할 때만 찾게 되는 대상을 통해 일상의 ‘인상’을 사실적인 표현방식으로 전달한다”고. 그렇게 세상의 눈을 모으는 게 목적인가. 더도 덜도 말고 작품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오롯이 그들에게 집중케 하려는. 결국 사람들의 대상에 대한 인상을 뒤흔들겠단 시도일 거다. 생기 잃은 꽃도 어떤 날은 생생한 꽃보다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그런 ‘인상의 변화’를 의도했다고 할까.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142길 리나갤러리서 여는 10인 작가 기획전 ‘2023 스텝 업: 모멘텀’(2023 Step Up: Momentum)에서 볼 수 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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