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회장, 600억원 환원했지만…가라앉지 않는 키움증권 3가지 위기
충성 고객인 개인투자자 이탈은 측정하기 힘든 장기 리스크
(시사저널=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發)' 폭락 사태의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최근 주식 매각대금 605억원의 사회환원과 함께 회장직 및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발표했지만, 키움증권에 닥칠 파고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CFD(차액결제거래) 미수채권 발생에 따른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다. 4월24일부터 다우데이타를 비롯해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선광,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 주가가 2~4거래일 연속으로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미수채권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G증권발 폭락 사태로 단·중·장기 위기
CFD는 실제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차액을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고객이 증권사에 차액을 지불하는 구조다. CFD 최소 증거금률은 40%로 최대 2.5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레버리지를 일으켰을 경우 자산 가격 급락 시 투자자가 원금 전액 손실을 넘어 추가로 증권사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을 가지고 2억5000만원에 달하는 자산에 투자했는데, 자산 가격이 1억원이 되면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원금 1억원을 넘는 금액이고 투자자는 원금 전액 손실을 넘어 차액인 5000만원을 증권사에 추가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진행하는데, 반대매매를 통해서도 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면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받아야 할 미수채권이 발생한다. 국내 증권사는 해외 증권사와 장외파생계약(TRS)를 맺고 투자자를 중개하기 때문에 이러한 CFD 미수채권 발생 시 부담은 국내 증권사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처럼 1인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수채권이 발생했을 경우 CFD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증권사들의 채권추심은 쉽지 않다. 특히 투자자들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한다면 증권사들의 미수채권 추심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CFD와 관련해 미수채권 규모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말 기준 CFD 잔고는 2조7697억원에 달한다. 잔액 기준 교보증권이 61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키움증권이 557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서 키움증권의 손실이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키움증권의 CFD 파트너가 SG증권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이번 CFD 사태로 대규모 미수채권이 발생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분할납부를 권유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CFD 미수채권 발생 규모나 분할납부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의 미수채권 손실 규모는 오는 8월께 공시되는 반기보고서를 통해서야 어느 정도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에 따른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중기적으로 오너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김익래 회장은 4월24일 다우데이타를 포함한 8개 종목의 하한가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지분 3.65%)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해 605억원을 현금화했다. 절묘한 주식 매매로 김 회장이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거침없이 확산했고 금융 당국 및 검찰의 조사도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김 회장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키움증권의 초대형IB 인가 및 발행어음 사업 진출은 당분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일 경우 금융 당국으로부터 초대형IB 인가를 받고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어음을 발행해 투자할 수 있는 제도로 증권사 IB부문 도약에 매우 유용하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2분기에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검찰과 금융 당국이 수사에 나서면서 초대형IB 인가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도 2017년 발행어음 사업을 하기 위해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하면서 2020년 5월까지 심사가 중단됐다. 삼성증권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발행어음업 진출이 중단된 바 있다.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가 발생하면 발행어음뿐만 아니라 각종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도 어려워진다. 하나증권의 경우 2017년 7월 UBS가 보유하고 있는 하나UBS자산운용 지분(51%)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되면서 대주주 변경 심사가 6년 넘게 중단됐고, 결국 올해 3월에야 금융 당국은 하나UBS자산운용의 대주주 변경승인안을 조건부로 가결했다. 키움증권 역시 김익래 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사실상 금융 당국에 인허가를 신청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만약 어떤 혐의가 발견돼 기소되고 재판까지 이어진다면 수년간 키움증권의 모든 신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개미투자자들, 키움증권 불매운동 조짐도
키움증권은 2000년 온라인증권사라는 타이틀로 사업을 시작해 이른바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사업에 집중해 왔다. 키움증권은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대상 시장점유율 1위 증권사다. 키움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9.6%, 해외 주식시장 점유율 35.4%로 전체 시장점유율은 30.1%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개인들은 익숙해진 HTS나 MTS를 쉽사리 바꾸지 않기 때문에 키움증권의 리테일 경쟁력은 꾸준히 유지돼 왔고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키움증권 불매운동이 펼쳐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 투자자들의 이탈은 아직 대규모로 확산하진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들의 이탈이 이어질 경우 추후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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