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가게에 CCTV만 9대”…무인점포 절도에 자영업자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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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연 지 반년 정도 됐지만 지금까지 9건의 절도 사건이 가게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매장 내 CCTV가 있다고 해도, 범행 이후 절도범을 검거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지 현장에서 절도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경찰이 절도가 취약한 지역에 대한 집중 순찰을 진행하면서도 업주도 보안 장비에 힘쓴다면 무인 점포 절도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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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 얼굴 모자이크로 공개…절도 사례 안내문도 게시
자영업자 “CCTV 감시가 최선…금전 부담 적지 않아”
전문가들 “경찰 순찰 강화 등 점주와 협조 절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 지난해 12월 서울 성동구에서 무인 편의점을 연 김경희 씨는 최근 가게에 폐쇄회로 CC(TV)를 9대까지 추가 설치했다. 가게를 연 지 반년 정도 됐지만 지금까지 9건의 절도 사건이 가게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CCTV를 설치해도 사각지대가 있는 것 같아서 더 설치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무인점포에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이점으로 무인점포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매장에서 절도 건도 증가하고 있어 자영업자와 경찰 모두 고충이 따르고 있다.
14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 일대의 무인점포 5군데에선 모두 5대 이상의 CCTV가 가동되고 있었다. 무인 점포 점주들은 작은 크기의 가게여도 절도범을 막기 위해선 CCTV를 필요 이상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는 가게 키오스크 위쪽 벽면에 최근 해당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 것으로 보이는 손님 3명의 얼굴이 모자이크로 공개된 채 각각 ‘수배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가게 안내문에는 ‘카드 결제 시 카드를 끝까지 밀어 넣지 않고 계산 완료된 것처럼 시치미 떼는 행위’, ‘카드 잔액 부족인데도 취소 버튼 누르고 나가는 행위’ 등 절도 사례들이 명시돼 있었다.
해당 일대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전모(37) 씨는 “한 사람이 아이스크림만 2만원 정도 훔쳐간 일도 있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했지만, CCTV에서 똑같은 사람이 4~5차례 아이스크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경찰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무인점포가 점차 늘어나는 동시에 이 같은 매장에서 발생하는 절도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수기로 자료를 관리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5개월간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은 총 6344건으로 집계됐다.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손님을 잡기 위해 더 많은 보안 장비를 장만하다 보니 금전적 손해도 적지 않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대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55) 씨는 “CCTV를 통해 가게 내 절도 행위를 막는 방법밖엔 없다”며 “절도 행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서 현재는 60인치 대형 모니터 설치해서 2~3일에 한 번씩 CCTV를 돌려보고 있다. CCTV와 모니터 구입에만 200만원 넘게 썼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고를 하지 않으면 동네에서 ‘이 가게는 훔쳐도 되는 곳’이라는 소문이 돌 수 있어 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 역시 무인점포에서 발생하는 절도 신고가 몇 년 새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일선 경찰관은 “무인점포에서 도난 신고가 들어오면 가게 안에 들어온 손님 한 명 한 명을 CCTV로 분석해야한다. 이런 신고가 매일 한두 건 이상 들어오니 일 부담도 커진다”며 “점주들이 인건비를 더 써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이런 신고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인점포 내 절도 사건에 대해 경찰과 자영업자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자영업자들이 매장 내 보안 장비를 강화하는 한편, 경찰도 무인점포가 있는 일대에 대한 순찰 빈도를 늘려 절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매장 내 CCTV가 있다고 해도, 범행 이후 절도범을 검거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지 현장에서 절도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경찰이 절도가 취약한 지역에 대한 집중 순찰을 진행하면서도 업주도 보안 장비에 힘쓴다면 무인 점포 절도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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