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자르기" "꼼수" 김남국 탈당에 비판···민주당 갈등 또 불거지나
한 때 최대 수 십억원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보유했단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당했다. 지난 5일 한 언론보도로 김 의원에 대해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촉발된 지 9일 만이다.
여당이 "코인 부자의 방탄용 탈당쇼"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 데 더해 야당 일각에서조차 "탈당을 수락해선 안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 규명을 이어갈지 여부에 대한 지도부 결정에 따라 친명과 비명계 간 갈등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김 의원은 14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며 "더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탈당계는 이날 오후 2시15분쯤 당에 접수됐다.
김 의원은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2020년 연고 없는 저를 받아주시고 응원해주셨던 지역위원회 가족 여러분께 마음의 큰 빚을 지게 됐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을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당원들께도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셨는데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며 "지난 일주일 허위사실에 기반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단호히 맞서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 수 십억원 상당 '위믹스'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믹스는 '미르의 전설' 등을 개발한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자산이다. 김 의원이 해당 코인을 보유하게 된 경위, 그리고 입법 활동 과정에서 이해상충은 없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김 의원 탈당 후 대국민 사과를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쇄신의총에서 "국정의 일부를 책임지고 있는 민주당 대표로서 안 그래도 어려운 민생고 속 신음하는 국민 여러분께 우리 당 소속 의원 문제로 국민께 심려 끼쳐드린 점 민주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향후 이런 문제때문에 국민들께서 심려하지 않도록 충분히 대안도 마련하고 노력도 드리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탈당에 대해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알면 매번 이런 식의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느냐"며 "송영길 전 대표, 윤관석·이상만 의원에 이어 김남국 의원까지, 이쯤되면 민주당은 탈당이 면죄부를 받는 '만능 치트기'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왜 신생 코인에 거액을 투자했냐'고 물었더니 '손해봤다'며 동문서답을 하더니 이제는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민주당 탈당이라는 뜬금포로 대답하니 이는 대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가난 코스프레하는 '코인 부자'의 방탄용 탈당쇼"라며 "진정성 없는 일시적 도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김 의원) 스스로도 '잠시 떠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우려한 대로 김 의원은 탈당의 수순을 밟았다"며 "또다시 자진 탈당으로 정리가 된 것인가. 당의 징계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원에 대한 사과 운운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은 피해 가는 꼼수 탈당"이라며 "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탈당을 절대로 수락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당원 자격을 상실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과 윤리감찰단의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전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진상조사단과 윤리감찰단 활동이 (김 의원) 탈당으로 어려움이 생기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김 의원의 탈당으로 진상조사와 윤리감찰이 중단되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 탈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현재의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원의 탈당은 탈당계가 당에 접수됨과 동시에 이뤄진다. 김 의원의 탈당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후 징계기록이 어떻게 남느냐에 따라 복당이 어려울 수 있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당에서 제명된 자 또는 징계 회피를 위해 탈당한 자는 제명 또는 탈당한 날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복당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김 의원이 징계 회피를 목적으로 탈당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로 남게 된다.
권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당규 제 21조에 (관련 내용이) 있다"며 " '징계절차는 징계청원이 접수되거나 직권조사명령이 발령된 경우, 당대표의 지시를 받은 윤리감찰단의 징계요청이 있는 경우에 개시된다'. 여러가지로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민주당 지도부가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간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지난 2월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까스로 부결된 이후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당헌·당규상 김 의원의 탈당을 막을 수 없다 하더라도 당이 사법기관이 아닌 이상 당이 지도부 결단으로 얼마든지 진상규명을 더 이어가고 징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오늘 쇄신의총이 있으니 지도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 친명계 의원은 "본인이 결단해 탈당했으니 정치적 생명은 이미 끝난 것 아닌가"라며 '꼼수 탈당' 비판이 제기되는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국회 본청에서 종료시간을 정하지 않은채 당 현안들을 두고 쇄신의총을 진행한다. 의원들의 자유토론, 분임토의, 종합토론 등이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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