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vs 쿠팡 ‘햇반전쟁’ 6개월…양보없는 가격협상

윤정훈 2023. 5. 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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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식품사업자인 CJ제일제당(097950)이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식품 납품단가를 두고 6개월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식품안전의날' 행사에서 기자와 만난 김상익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은 "국내 식품매출액이 6조원이 넘는데 이중 쿠팡 판매비중은 5%에 못미친다"며 "서로 (가격에 대한)입장을 전달한 상태로 협상 타결 시기를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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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가 갈등에 쿠팡, CJ제일제당 햇반·비비고 6개월째 발주중단
CJ제일제당 1Q 국내 가공식품 매출 8679억...전년比 4.6%↓
네이버, 컬리 등 플랫폼과 협업해 돌파구 마련
김상익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 “조건 맞으면 6월에도 타결가능”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내 1위 식품사업자인 CJ제일제당(097950)이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식품 납품단가를 두고 6개월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고물가에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쿠팡과의 협상에서 한 발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에서 컬리·CJ제일제당 공동 상품 개발 협약이 체결됐다. 김상익(좌측 넷째)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과 김슬아(좌측 셋째) 컬리 대표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컬리)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식품안전의날’ 행사에서 기자와 만난 김상익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은 “국내 식품매출액이 6조원이 넘는데 이중 쿠팡 판매비중은 5%에 못미친다”며 “서로 (가격에 대한)입장을 전달한 상태로 협상 타결 시기를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작년 11월말 CJ제일제당은 쿠팡의 납품가 인상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쿠팡은 햇반, 비비고 등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의 발주를 중단했고 양사 협상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이 수익성 악화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쿠팡 발주 중단으로 인해 단기 손실은 불가피하다. 실제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가공식품 매출액은 8679억원으로 전년동기(9100억원) 대비 4.6% 감소했다. 이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은 13%(약 1128억원)다.

김 총괄은 “쿠팡 판매중단을 통해 감소한 매출 일부는 극복했다”며 “다만 쿠팡은 중요한 거래처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양사의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해서 계속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의 빈자리를 네이버, 컬리 등 채널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네이버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다.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는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익일 배송을 해주고 있다. 상품은 CJ대한통운 풀필먼트센터에 보관하기 때문에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CJ대한통운은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만큼 쿠팡측에 지불하는 보관수수료와 배송수수료 등을 아끼는 동시에 자회사 실적까지 올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컬리와는 지난 3월 연내 공동 상품 기획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J제일제당의 상품 기획 시점부터 컬리 MD가 참여, 연내 ‘컬리 온리’ 단독 상품 출시할 예정이다.

제작=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쿠팡도 올해 흑자전환을 위해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제품 납품가 인상을 통해 마진율을 높여야 다른 업체와 협상에도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단기적으로 햇반의 부족한 매출을 메우기 위해서 자체브랜드(PB)인 ‘곰곰 우리쌀밥’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또 오뚜기밥, 하림 더미식즉석밥 등 경쟁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외에도 농협 등 제조사와 접촉해 PB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도 CJ제일제당 제품의 발주 중단을 계속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햇반 등 주요제품은 소비자 수요가 매우 큰 상품이기 때문에 과거 LG생활건강(051900)과의 갈등과는 다른 결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쿠팡에서 CJ제일제당의 납품가격을 받아들이는 대신 공급물량 증가와 일정시기 가격인상 자제 등 조건을 더해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총괄은 “서로의 조건이 맞는다면 당장 다음달에도 발주중단 사태가 끝날 수도 있지만 조건이 안맞으면 더 길어질 것”이라며 “발주 중단 장기화는 양사에 모두 손실을 입힐 수 있어 지속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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