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재정'은 어디가고… 1분기 재정적자 54조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한국 정부가 지난 2월과 3월 두 달간 평균 30조 원이 넘는 재정적자를 냈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을 기치로 나라 살림을 줄이면서 나타나는 재정적자라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14일 <연합뉴스>는 기획재정부를 인용해 정부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월 38조2000억 원, 3월 23조1000억 원이었다고 보도했다.
두 달 월 평균 30조6500억 원 적자다.
이에 따라 1월 7조3000억 원 흑자를 포함해 올 1분기 누적 재정적자는 54조 원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 연말에는 총 70조 원대를 넘어서는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관리재정수지는 국세수입 등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지인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수지다.
간단히 말해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를 본다는 것은 정부가 걷어들인 돈보다 나가는 돈과 앞으로 지출해야 할 돈이 많아 그만큼 빚을 더 진다는 의미다.
통상 관리재정수지는 2월~6월 사이 우상향하다 하반기 들어서는 등락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지난해의 경우 6월까지 총 재정적자가 101조9000억 원까지 불어난 후 연말에는 117조 원으로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위기 직전이던 2019년에는 6월까지 재정적자가 59조5000억 원이었고 연말에는 오히려 줄어들어 54조4000억 원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도 6월까지는 재정적자가 가파르게 증가할 공산이 큰 셈이다.
<연합뉴스>는 "최근 4개년간 월별 재정적자 흐름을 보면 3월 말 재정적자는 대개 연간 재정적자의 절반 수준"이었다며 "이런 흐름이 이번에도 적용된다면 올해 재정적자는 100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고 우려했다.
2019년 3월 재정적자는 25조2000억 원이었고 연말에는 그 두 배가 조금 넘는 54조4000억 원이었다. 코로나19 위기 당시이던 2020년 3월에는 55조3000억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한 후 연말에는 약 두 배인 112조 원으로 마무리됐다.
2021년 3월 재정적자는 48조6000억 원이었고 연말에는 두 배에 조금 못 미치는 90조6000억 원이었다.
작년 3월 재정적자는 45조5000억 원이었고 연말에는 두 배를 훌쩍 넘는 117조 원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방만한 경영을 했다'는 윤석열 정부의 지적과 달리, 코로나19 위기의 종식을 향해 가던 지난해 재정적자의 연말 증가분 규모가 오히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문재인 정부 때보다 컸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100조 원을 넘는 재정적자를 기록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손 칠 수 있다. 당시 오히려 적잖은 재정 전문가들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재정을 쓰지 않는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가계가 그만큼 빚을 더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난 올해도 재정적자가 100조 원을 넘는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건전 재정'을 부르짖은 윤석열 정부의 공언이 공염불이 되었다는 정치적 이유를 떠나서, 실제 재정 긴축에 적극 나서기로 한 현 정부 들어 재정 균형이 더 크게 무너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케인지언을 위시한 재정경제학자들의 주된 이론은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쳐야, 즉 재정적자를 감수해 일자리를 늘려야 다른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에 돈이 선순환하고, 그 결과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이를 통해 세수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와 반대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일단 재정적자가 심각하니 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그만큼 재정정책이 축소된다면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재정이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의 고리로 들어갈 수 있다.
적어도 여태까지 나타난 재정 상태만 보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공산이 큰 상황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들어 경제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도 현저히 낮은 만큼 가계와 기업으로의 자연스러운 세수 증가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한국의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의 올해 재정적자 예상치는 58조2000억 원이다. 현 추세로 예상되는 연말 기준 100조 원을 넘는 재정적자 규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연합뉴스>는 이를 토대로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이유로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70조 원대 이상이 될 것"이라며 "재정적자가 6월 기준 80조 원대 이상까지 불어난 후 하반기에 적자 폭을 일정 부분 메워 연말 기준으로는 70조 원 이상이 된다는 가설"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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