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에도 웃는 ‘불혹 원투펀치’…SSG 소방수 고효준·노경은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KT전 7회초 2사 만루. 불꽃이 터지기 일보 직전에 좌완 고효준(40·SSG)이 마운드 위에서 씨익 웃었다.
7-1로 앞선 점수 차이와는 별개로 자칫 장타 ‘한 방’에 분위기를 내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 베테랑은 미소를 지었다. 고효준은 타석에 선 문상준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마운드 위에서 포효했다.
올 시즌 고효준은 SSG의 좌완 불펜 필승조 가운데 위기 때 가장 중용받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시속 140㎞ 중반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져 상대 타자들이 얕볼 수 없는 구위를 갖추고 있을뿐 아니라, 세월을 켜켜이 쌓아 만든 노련함을 극대화 한 투구를 선보인다.
베테랑의 이 같은 저력은 13일 한화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SSG가 7-4로 앞서 가던 6회. 선발 송영진 다음에 등판한 문승원이 선두 타자 노시환에게 우중간 2루타를 얻어 맞더니, 채은성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한화에 추격 득점을 내줬다.
후속 타자 이진영을 땅볼로 잘 유도했지만, 야수 실책이 나와 이어진 무사 1·3루 때 등판한 소방수는 역시 고효준이었다. 희생 플라이만으로도 최소 1점을 더 줄 수 있는 상황에 고효준은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내야 뜬공, 최재훈을 우익수 뜬공, 노수광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SSG의 8-5 승리는 고효준을 포함한 베테랑들이 지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SSG는 7회에도 위기를 맞았다. 최근 안정적인 투구를 하던 좌완 임준섭이 문현빈과 정은원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자초한 1사 1·2루 때 노경은(39)이 구원 등판했다. 노경은은 최근 우완 불펜 필승조의 한 축인 최민준이 목 부위 담 증세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공백까지 메우고 있는 터였다.
그는 올 시즌 홈런 레이스 공동 1위(8개) 노시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4번 타자 채은성을 삼진으로 잡아 이닝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노경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의 든든한 발판을 놓았다.
13일 기준 SSG의 불펜 평균자책은 2.20으로,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낮다. 노경은은 18경기 평균자책 2.45, 고효준은 16경기 평균자책 3.14를 기록 중이다. SSG는 현재까지 22홀드를 적립했는데, 노경은(9홀드)과 고효준(4홀드)이 팀 내 1·2위로 13개를 합작했다. SSG 불펜은 불혹의 원투 펀치가 지키고 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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