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시작, 에르도안 승패에 우크라 운명 달렸다

정윤미 기자 2023. 5.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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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이래 '중재자' 자처한 에르도안, 서방에는 골칫거리
野 후보와 초접전 예상…에르도안, 패배 시 불복 가능성도
14일(현지시간) 오전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의 한 투표소 건물 밖에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 서 있다. 2023.5.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운명이 날이 밝았다. 이날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가 국가 안팎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선거를 "에르도안 대통령의 20년 장기 집권 붕괴와 권위주의 정부로의 통로를 막을 수 있는 현대 튀르키예 100년 역사상 가장 중대한 선거 중 하나"라고 묘사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어 투표 결과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래 에르도안 정부는 대외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서방의 대러 제재 미참여 등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러시아의 편에 섰다.

에르도안 정부는 러시아와 관계는 철저하게 이해관계에 기반한다는 입장이다. 서방의 제재로 무역이 막힌 러시아에 튀르키예는 중요한 무역 동반자로 떠올라 러시아로부터 값싼 에너지 수입과 막대한 투자를 받으면서 이익을 챙겼다.

적재적소에 러시아의 방파제 역할을 해왔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연임에 실패하게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은 에르도안 정부 실각으로 오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에 스웨덴의 가입 절차가 마무리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은 자칫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공식적으로 어느 편인지 밝히고 있진 않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하면 기뻐하리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쟁자인 6개 야당 단일후보로 나선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지난 12일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규탄했다.

다만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역시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튀르키예의 행보는 지켜봐야 한다.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의 한 광고판에 6개 야당연합 대선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공화인민당(CHP) 대표 사진이 걸려 있다. 2023.5.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아울러 튀르키예 내부의 문제도 산적해 있어 누가 대통령이 될 지는 국내에서도 중요하다.

지난 2월 초 남동부에서 5만명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 여파, 85%를 넘어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자국 통화(리라) 붕괴와 같은 경제 위기를 다음 정권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진과 경제 실패로 분노한 튀르키예 민심 때문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근소한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와, 본 게임의 초접전이 예상된다.

다만 로이터는 "대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이 초기에는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분노했지만 이 문제가 사람들의 투표 방식을 변화시켰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전체 유권자(6400만명) 가운데 15~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이 이번 선거에서 주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쿠르드 성향의 인민민주당(HDP)은 야당연합에 속해있지 않지만 지난 수년간 에르도안 정부의 탄압을 받아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승리한다 해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순순히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정권 이양에 협력할지도 관건이다.

앞서 현지 매체 두바르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이 불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권력 유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이날 투표는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2시) 시작해 오후 5시에 종료된다. 선거법상 모든 결과 발표는 오후 9시(한국시간 15일 오전 3시)까지 금지돼 있다.

이날 선거에서 50% 이상 득표율이 나오지 않으면 오는 28일 1, 2위 득표자를 상대로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선을 맞이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20년 철권 통치가 지속될지 국내외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3.5.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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