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뒤집힌 도공 입찰에 “커넥션 있다” 반발 나온 까닭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2023. 5. 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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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보수공사 적격심사에서 1순위 업체 떨어지고 2순위와 계약
탈락 업체 “윗선 개입” 의혹 제기…도공 “적법한 진행”

(시사저널=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의 유지보수공사 입찰 적격심사에서 1순위 업체(A사)가 떨어지고 2순위 업체(B·C사)가 선정됐다. 도공이 2순위 업체에 공사를 주려고 자사에 '생트집'을 잡고 '표적 감사'까지 강행했다는 게 A사 측 주장이다. 또 도공 '윗선'이 개입해 2순위 업체가 낙찰받도록 도와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도공은 A사가 자격요건 미비로 떨어졌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A사는 도공의 '수상한 커넥션'을 반드시 밝히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들이 주고받은 문건과 녹취록 등을 입수했다.  

도공은 '부산경남본부 관할 도로시설물 유지보수공사'를 지난해 10월11일 입찰 공고했다. 단가가 크다 보니 경쟁도 치열했다. 창원지사 공사에는 43억원에 31개 업체, 창녕지사에는 38억원에 3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도공은 유자격자 사전심사(10월24∼28일)와 명부 확정공고(11월2일), 발주의뢰(11월3일), 일상감사(11월4∼10일) 등을 거쳐 11월28일 A사를 적격심사 1순위로 선정했다. A사는 입찰 규정에 따라 시공능력과 경영상태를 평가하는 서류를 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도공은 12월8일까지 보내야 하는 합격 통지서를 발송하지 않았다. A사의 책임기술자 경력이 허위라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때부터 양측 간에 끝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한국도로공사의 부산경남본부 관할 도로 유지보수공사 현장 ⓒ에스건설

도공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도 불거져

A사의 책임기술자 D씨는 도공에서 32년간 근무한 퇴직자다. A사는 "D씨가 도로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했다는 건설기술인협회 경력증명서를 확인하고 책임기술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규칙 제18조 1항에 따르면 건설기술인협회(국토부 경력관리 수탁기관)는 신청인이 제출한 경력서류를 심사한 후 건설기술인 등급을 부여한다. D씨는 이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건설기술인 자격을 취득했고 협회에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사 자격증 4개(건설재료시험, 건설안전, 산업안전, 콘크리트)를 제시했다. 하지만 도공은 D씨의 경력증명서에 문제가 있다고 A사에 통보했다. D씨가 1989년 11월8일부터 1990년 12월4일까지 '유지관리(안전진단 및 점검, 유지보수·보강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는데도 '유지관리'로 기재하는 등 5건의 담당업무를 다르게 작성했고, 도공 담당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건설기술인협회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사 대표는 "D씨가 건설기술진흥법이 규정하는 건설기술인 자격을 취득했고, 협회가 인정한 것을 문제 삼는 건 다른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하다"며 반발했다. D씨도 "경력증명서는 도공 해당 부서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협회에 보낸다.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협회에 등록됐고 본인이 조작할 수 없는 사안을 걸고 넘어지는 게 이해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도공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답변했다. 

문제의 발단은 한 통의 민원에서 시작됐고, 이 대목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혹도 불거졌다. 도공은 지난해 12월8일, A사 책임기술자 D씨의 경력이 허위라는 민원이 우편으로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날은 입찰업체 적격심사를 마치는 날로 소수의 담당직원만 D씨 존재를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D씨는 "입찰 참가서류는 비공개가 원칙으로 경쟁 업체는 누가 책임기술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인데, 허위 경력 민원 제기는 도공의 도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A사 대표도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도공은 향후 법적인 문제로 비화하면 그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A사의 저항 수위가 높아지자 도공은 지난해 12월12일 감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D씨의 경력 일부가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도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21년 A사가 시공한 양산·진주 공사에 대해 2022년 12월 감사를 단행했다. 이 현장은 준공 당시 일을 잘했다며 도공이 만점을 준 곳이지만 이번 감사에서는 달랐다. 계획장비 5대 중 2대만 투입됐고, 책임기술자가 현장 상주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시공 평가점수를 깎아내렸다.

A사는 '보복 감사'라고 반발했다. 애초 100점을 주며 칭찬해 놓고 준공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묻지마 감사'를 하더니 문제점이 나왔다며 감점을 소급 적용한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특히 기술책임자가 성실히 현장에 상주했던 증거와 정상적인 장비 투입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사는 "도공이 이런 증빙자료를 요청하지도 않았고 차량 통행기록조차 조회하지 않은 채 벌점을 매긴 건 우리를 탈락시키기 위한 수순이었다"고 덧붙였다. 

도공은 해당 감사 결과 A사의 종합평점이 90점 이하로 입찰 자격이 상실됐다는 내용을 지난해 2월28일 A사에 통보했다. 그리고 3월15일 2순위 업체(B·C사)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해 계약했다. A사 대표는 "도공 '윗선'이 2순위 업체가 낙찰되도록 도와준 증거가 있다"며 시사저널에 녹취록을 공개했다.  

경북 김천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본사 ⓒ한국도로공사

"위에서 자꾸 오더를 내리는 것 같더라고…"

다음은 3월13일, A사 직원과 도공 직원 사이에 오간 전화통화 내용이다. "위에서 이렇게 자꾸 오더를 내리는 것 같더라고…"(도공 직원), "OOO(윗선), 그분 아닙니까?"(A사 직원), "그렇죠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도공 직원), "계약은 저쪽(2순위)으로 해주려고 하고…"(A사 직원), "맞아 맞아(중략)"(도공 직원). 또 다른 녹취록은 1월23일 한 건설사 대표와 위의 도공 직원 간 통화였다. 여기선 건설사 대표의 "OOO도 오더를 받았는지 얼른 빨리 (진행)하려고 그래싸니까"라는 푸념도 들어있다. 이 같은 녹취록 내용에 대해 도공 측은 "그 (도공) 직원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A사는 도공의 부당한 업무처리와 감사 절차의 위법성도 문제 삼았다. 유지보수 통합공종 단가계약 적격심사 세부조항 제5조 2항에는 '제출서류가 누락 또는 불분명하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자신들의 입회나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감사를 진행해 부당한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공은 적법하게 감사했다는 말만 남겼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A사 측은 "(도공이) D씨가 토목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제를 삼으면서 D씨와 같은 행정직을 책임기술자로 인정해준 사례도 있다"며 2020년 서울산지사·창녕지사 발주공사에 행정직 E씨가 책임기술자로 참여해 적격심사를 통과, 계약체결 후 준공까지 마친 사례를 증거로 제시했다. 

A사는 2월28일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청구서를 냈다. 5월30일 1차 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2순위 업체(B·C사)가 이미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A사는 현재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윗선 커넥션'의 배경을 반드시 밝히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또한 도공 전국 본부의 입찰 현황 파악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도공은 A사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조정위의 결과를 보고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공업체 변경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점점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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