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간호법’ 거부권 행사 하나…찬반 양쪽 모두 ‘단체행동’ 예고

간호협회 회원 98.4% “적극적 단체행동 필요”
보건복지의료연대, 간호법 저지 위한 총파업 예고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지난 12일 오후 간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행사에서 '간호법'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법 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 단체 모두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은 그대로 공포될지,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폐기될지 갈림길에 놓였다.

14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된 간호법 제정안은 이번 주 중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과 정부는 1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이 자리에서 간호법 거부권 건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전국 대형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준법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앞서 간호협회는 "의사 집단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협회는 지난 8일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행동 의견조사를 벌인 결과 98.4%가 "적극적인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2일까지 7만5239명이 참여한 중간집계 결과다. 협회는 숙원이던 간호법의 공포를 위한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결의되면 "구체적인 행동방향을 정해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은 마지막까지 중재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판 극적 중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간호법 공포 여부와는 별개로 보건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 전공의 파업에 준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저지를 위해 17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온갖 특혜를 주는 '간호사특례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연대는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연가투쟁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펼쳤으며, 17일에는 투쟁 참여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직 간호사와 전국 200여 개 간호대 학생들은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열린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2만∼2만5000명이 참석했다.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간호사들은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에서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없어 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고, 선배들은 환자 곁을 떠나가고 있다"며 간호법 공포를 호소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대한간호협회를 찾아 "지난 4월25일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을 착실히 이행하여 간호사의 처우는 제대로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