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느낌"…엠마 왓슨→산드라 블록, 다 때려치우고 싶은 번아웃[Oh!쎈 이슈]
[OSEN=김보라 기자] 번아웃(burnout)이란 글자 그대로 모든 게 다 타버려서 심신이 극도로 지친 상태를 말한다.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특히 나타나는 증상인데, 이게 꼭 국내로만 국한된 현상은 아닌 듯하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러 명의 배우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며 활동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90년생 배우 엠마 왓슨의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관객을 사로잡는 외적 아름다움부터 탄탄한 연기력까지, 어느 곳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그녀가 5년 간 연기 활동을 쉬고 있다. 그 이유는 행복하지 않아서라고.
엠마 왓슨은 2일(현지 시간) 미국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배우 일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 내가 약간 새장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엠마 왓슨은 인기시리즈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통해 지난 2001년 데뷔했다. 이후 ‘미녀와 야수’(2017), ‘더 서클’(2017), ‘작은 아씨들’(2020) 등의 영화를 선보이며 전세계적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돌연 활동을 잠적해 그 연유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촬영은 지난 2018년 12월에 마쳤는데 그 후 올해까지 약 5년 동안 새로운 작품에서 연기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이에 엠마 왓슨은 “내가 정말 힘들었던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그 무엇 이상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팔아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이 당신의 관점과 어떻게 일치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면에서 대답을 해야만 했다. 배우로서 참여하지 않은 과정까지 대변인이 돼서 직면한다는 게 매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엠마 왓슨은 “누군가 나에게 비난을 퍼붓는다면 그가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그래, 내가 망쳤어. 그건 내 결정이었어’라고 생각하며 내가 더 잘해야만 했다”고 활동을 임시 중단한 이유를 밝혔다.
디즈니+ ‘보스턴 교살자’로 2년 만에 컴백한 키이라 나이틀리(38)도 같은 증상을 호소했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올 3월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맡은 캐릭터 엘리자베스 스완은 욕망의 대상이었다. 나는 그로 인해 심적 제약을 느꼈고 이후 만난 작품들을 통해 성적인 역할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치 갇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이에 번아웃 증후군과 함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까지 겪었다고 말한다.
“내 연기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서 힘들었다”는 그녀는 “항상 더 나아지려고 의욕이 앞섰었다. 나아지려고 노력했지만 삶이 지쳤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20대 초반의 내가 존경스럽다. 극복하고 나서야 그때의 내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로맨스 영화 ‘러브 액츄얼리’(2003)로 전세계적 인기를 얻었으며, ‘오만과 편견’(2006), ‘어톤먼트’(2008), ‘안나 카레니나’(2013), 그리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등 명작을 남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배우 산드라 블록(59)도 번아웃을 선언해 충격을 안겼던 바. 산드라 블록은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너무 지쳤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만큼 건강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녀는 “일이 안정적이고 언제나 운이 좋았지만 그것이 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내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만 당분간 나의 가족들과 24시간, 365일을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산드라 블록은 지난해 4월 영화 ‘로스트 시티’를 선보인 뒤 1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그녀의 대표작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 ‘프로포즈’(2009), ‘그래비티’(2013), ‘오션스8’(2018), ‘버드 박스’(2018) 등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학적으로 질병은 아니지만, 감정이 사라진 상태라서 관리를 잘해야 하는 증상이다. 의욕적으로 열심히 일해 온 사람들에게 나타나서, 열심히 살았다는 훈장으로도 불리기에, 심각하면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까지 번진다.
우리의 삶은 목표를 높일 때 향상되곤 하지만 행복은 기대치를 낮춰야 찾아오는 법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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