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덕연 증거인멸, 주가 폭락 당일부터 시작···당국 조사 사전에 몰랐나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42·구속)가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하고 첫 언론보도가 나온 날에서야 범죄 혐의가 드러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라 대표 등의 시세조종(주가조작) 의심 혐의를 제보받고 조사에 착수한 후 13일이 지난 시점이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가 지난 4월24일부터 문서파쇄업체를 통해 각종 서류를 폐기하고 통정매매에 쓰인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없애거나 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소유하고 있는 고급 차량을 매도하려 한 정황도 파악했다.
당일은 다올투자증권,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하림지주, 선광,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이 하한가(-30%)를 기록하며 주가가 폭락한 날이다. 이날 장 마감 후 주가 조작 세력이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한 통정매매로 지난 3년간 관련 종목 주가를 조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라 대표 측이 금융당국이 조사에 들어간 사실을 알고 하한가 사태 이전에 해당 종목을 매도해왔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라 대표가 하한가가 발생한 뒤에야 증거 인멸을 시작했다면, 라 대표 측이 금융위 등의 조사를 미리 알지 못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유사투자자문 업체를 운영한 것은 불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폭락 사태와 관련해서는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라 대표 측에 유리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가조작 의심 제보를 지난 4월11일에 받았다고 밝혔다.
라 대표는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한 것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나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 대주주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때문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긴급체포된 후 받은 검찰 조사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하며 자신도 반대매매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6개 종목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구속된 라 대표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죄 혐의와 함께 당국의 조사를 사전에 알았는지도 수사할 예정이다. 김익래 전 회장 등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가가 폭락할 것을 사전에 알고 보유 주식을 매도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 라 대표 측근인 변모씨(40·구속)와 안모씨(33·구속) 등을 상대로 이들의 범죄 혐의와 함께 금융당국의 조사를 언제 알았는지, 주가가 폭락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확인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 등의 주식매도 경위와 범죄 혐의가 있는지, 투자자인 가수 임창정씨 등도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도 수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부터 2개월간 CFD를 2개월간 집중점검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권사 13곳과 외국계 증권사 5곳이 보유하고 있는 CFD 계좌 3400개의 2020년 1월부터 올 4월 말까지 거래를 점검하고 이상거래 혐의가 의심되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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