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유출’ 테세이라도 ‘인종차별주의자’였나…‘인종전쟁’ 상상

최서은 기자 2023. 5. 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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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유출 혐의로 체포된 잭 테세이라 일병.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황과 동맹국 도청 등 민감한 사항들이 담긴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를 유출해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잭 테세이라(21)가 평소 인종차별적 발언을 자주하고, 총기 사용에 집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테세이라의 영상 및 채팅 기록, 친한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흑인, 유대인,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진보주의자 등에 대해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주변 친구들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스스로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렀다. 온라인 게임 플랫폼 ‘디스코드’를 통해 테세이라와 교류해온 친구는 “그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테세이라는 증오범죄를 옹호하고, ‘인종 전쟁’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에 항의하며 미국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시위가 발생하자 백인을 겨냥한 범죄가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며 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2021년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열린 ‘BLM’ 시위에서 2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힌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가 ‘정당방위’라는 이유로 무죄 평결을 받은 것에 대해 찬성하는 발언도 했다.

또 테세이라는 평소 총기와 무기 사용에도 집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집에서는 소총, 권총, 산탄총, AK소총 스타일의 고성능 총기, 방독면, 탄약 등 다수의 무기가 발견됐다. 그는 평소 사격을 즐기고, 온라인에서도 슈팅 게임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실제로 타인에게 물리적으로 위협을 가하진 않았지만, 자주 총을 쏘고 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심리 의견서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고교 재학 시절 화염병 및 기타 무기들과 인종혐오적 위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급우가 듣게 되어 정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테세이라는 당국의 총기 규제에 매우 반대했고, 정부 기관에 대해선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히 미국 ATF(주류·담배·화기 단속국) 공무원들을 죽이고 싶다고 자주 말했고, 음모론적 생각을 자주 했다고 WP는 전했다.

테세이라의 이러한 극단적인 이념은 보수적인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극대화됐다. 정치 문화와 게임 문화가 결합된 게임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다. 테세이라는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정보와 의견이 반향을 일으키자 ‘과시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기밀유출’이라는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인우월주의, 극단주의가 범죄로 연결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한인 일가족 3명을 포함해 8명의 희생자를 낳은 텍사스 쇼핑몰 총기난사의 범인도 백인우월주의와 신나치 이념을 갖고 있는 극우주의자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미 연방수사국(FB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발생한 증오범죄는 1만840건으로 전년도 8052건과 비교해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인종차별에 따른 증오범죄가 6643건으로 전년도 5227건보다 27% 늘어났다. 성소수자를 겨냥한 증오범죄는 1707건으로 전년도 1110건과 비교해 54% 증가했다.

이러한 극우주의 증가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엘파이스는 13일 “전 세계적으로 극우 성향을 띠고 파시즘, 심지어 나치즘을 표방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극단주의와 폭력 세계에 갇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전 세대에게는 좌파가 해방, 자유, 평등, 혁명의 상징이었지만 오늘날 청년들에겐 더 이상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좌파가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와 폭력·착취 등으로부터 안식처와 평화를 제공했다면,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투쟁과 불안의 요구를 발산할 수 있는 ‘신기루’를 제공하는 것이 극우주의라고 엘파이스는 짚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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