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핑거’ 한번에 462억 날리고 파산했는데...법원 판단은

한맥증권, 주문 실수로 462억 손해 뒤 파산
거래소, 한맥 파산관재인 예보에 소송 제기
대법 “한맥이 주의 의무 지키지 않은 것”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매경DB]

주문 실수로 462억원의 손실을 입은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한국거래소에 411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한국거래소가 한맥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2013년 12월 한맥은 이른바 ‘팻 핑거(fat finger)’ 사고로 콜옵션·풋옵션 거래에서 시장가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냈다. 팻 핑거는 손가락이 굵어 주문실수를 한다는 뜻으로 증권시장에서 실수로 잘못된 매매 정보를 입력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맥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며 거래소에 결제 보류를 요청했지만 거래소는 결제 대금을 주문 상대방에 대신 지급했다. 결국 한맥은 462억원의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거래소는 2014년 한맥의 파산 재산을 관리하는 예금보험공사에 411억원을 달라며 구상금 소송을 냈다.

반면 예금보험공사는 “거래소가 시장 감시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한맥이 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므로 예금보험공사가 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예금보험공사는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반환하라며 한맥의 주문 실수로 이익을 본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도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소송에서도 예금보험공사는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캐시아캐피탈이 착오를 알고도 이용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