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탈당에 진상조사·윤리감찰 중단···의혹 조사 좌초되나
당헌·당규, ‘징계 회피 목적 탈당은 제명’ 규정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윤리감찰도 사실상 중단됐다. 김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도중 가상자산 거래 의혹, 가상자산 보유에 대한 찔끔찔끔 해명 논란, 이해충돌 논란 등은 여전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쇄신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 탈당으로 진상조사와 윤리감찰단 활동이 중단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권 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진상조사 기간 탈당을 미루는 방안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김 의원의 탈당을 막을 근거는 없다”면서 “탈당한 사람이 나중에 복당할 때 불이익을 줄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김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조사단이 진상조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수 나왔다. 진상조사를 재개하더라도 김 의원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조사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이날 쇄신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조사단은 “이용 거래소, 전자지갑, 거래 코인 종목, 수입 등 거래 현황에 관련해 요청한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조사단에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탈당한 것이다.
조사단은 김 의원의 시드머니(종잣돈) 마련 방안과 전체 코인 투자 규모를 밝히는 데 주력해왔다. 김 의원은 애초 주식을 판 돈 10억원을 코인에 투자했다고 밝혔으나 예금 보유고가 10억원이 늘어나는 등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의원은 코인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무상으로 신규 코인을 제공하는 ‘에어드롭’ 방식을 통해 코인을 받았다고 조사단에 추가로 해명했다고 한다. 조사단은 김 의원이 코인 지갑만 최소 4개 이상 보유하고 있고, 당초 알려진 6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의 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지난 10일 출범한 진상조사단은 출범 나흘 만에 활동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 의원이 애초 보유한 위믹스 코인이 80만개가 아니라 127만개인지, 위믹스 코인 외에도 다른 어떤 코인들을 샀는지, 김 의원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공동 발의는 이해충돌 여지가 있지 않은지, 게임업계로부터 입법 로비가 있었는지, 상임위 도중 수시로 가상자산을 거래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 의원이 앞으로 가상자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가상자산을 모두 처분할지도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가 지시한 김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도중 가상자산을 거래한 사실이 알려지자 윤리감찰을 지시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보고가 있었던 도중 가상자산을 거래했다.
당내에서는 ‘탈당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의원 자진 탈당은 당의 징계절차 무력화”라며 “탈당을 절대로 수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도부에 촉구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민주당은 김 의원의 코인 논란에 대해 서둘러 진상을 밝힌 후 합당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윤리감찰 도중에 탈당한 김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징계혐의자가 탈당하는 경우 각급 윤리심판원은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이런 경우 5년간 복당 심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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