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불법 더 많은데…‘노사 부조리 신고현황’서 구체적 수치 뺀 노동부

지난 3월2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회의’를 마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100일간 973건의 불법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다만 노동부는 노조의 불법행위와 사용자의 불법행위가 각각 얼마큼인지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중간 집계에서는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 신고가 80% 이상으로 나타난 바 있다.

노동부는 지난 5일 기준 100일을 맞은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973건의 신고가 접수돼 697건을 조치 완료했다고 14일 밝혔다. 276건은 사실관계 등을 조사 중이다.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는 노동부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며 지난 1월26일부터 운영 중인 온라인 페이지다. 노동부는 신고센터 설립 초기부터 노조 측의 불법 부당행위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홍보해 왔다. 올해 초 대통령실에 센터 설립 내용을 보고할 때도 ‘노동조합 가입 등 강요, 타 노조원에 대한 차별적 조치 요구 등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금지’만을 예시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연 신고센터에는 부당노동행위나 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등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가 더 많이 접수돼 왔다. 지난 3월2일 노동부 전문가 자문단인 ‘불합리한 노동 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2월28일까지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301건 중 대다수인 250건(83%)은 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주로 사용자의 불법·부조리 사건들이었다. 노조 재정 부정사용, 조합원 폭행·협박, 노조 회계자료 미비치·미공개,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등 ‘집단 노사관계’ 관련 신고는 51건(17%)이었다.

고용노동부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웹페이지 화면

이날 발표에서 노동부는 100일 동안 노사 주체별로 몇 건의 신고가 접수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노조 불법행위와 사용자 불법행위 양쪽에 같은 분량을 할애하며 주요 사례들을 열거했다.

노조 측 불법행위 신고는 지회 단위로 조직형태 변경을 하지 못하도록 한 산별노조의 규약, 노조 지부장의 조합비 횡령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 제명, 조합비 유용 의혹 등이 접수됐다.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 신고로는 포괄임금 오남용, 퇴직금 체불, 연장노동시간 한도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산업안전 미조치로 일어난 재해의 산재 신청 거부 등이 접수됐다.

노동부는 ‘사용자 불법행위’ 사례를 소개하겠다며 노조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사용자 불법행위 사례에 ‘노동을 제공하지 않는 노조 간부들에 급여와 차량 제공’ ‘노조 간부 가족·친인척 부정 채용’ 등을 넣어 소개했다.

노동부는 “접수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는 한편,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 도입, 조합원 정보요구권 강화, 회계감사원 자격 신설 등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부는 15일부터 육아휴직 승인거부 등 모성보호제도 관련 위반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모성보호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